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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08. 2022

불꽃놀이의 역사와 불꽃명당

feat 불꽃축제

3년만의 불꽃축제
100만 인파 운집
불꽃축제 명당


이러한 이야기들이 불꽃축제의 키워드인가 봅니다.

하지만 10여년 전 여의도에서 불꽃축제의 아수라를 직접 경험한 이후로, 절대 근접지로는 나가지 않으려 하니 대신 글로 쓰는 불꽃축제나 벌여야겠습니다. 문득 불꽃놀이의 역사가 궁금해졌거든요.

불꽃축제 / 명당은 어디인가?

불꽃놀이의 역사는 화약의 역사와 함께 거슬러 올라 갑니다.

화약이 7세기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불꽃놀이도 중국에서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7세기 초 수양제 때 원시적인 형태의 불꽃놀이가 등장했다고도 지요.

그리고 12세기를 지나면서 오늘날과 같은 불꽃놀이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송나라 때 한 승려가 죽순에 화약을 넣어 폭발시키며 악귀를 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놀이의 형태보다는 설이나 중추절에 악귀를 쫓는 목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꽃놀이는 화약의 발전을 가져와 결국 무기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지요.

중국 명나라 때의 장편소설에 그려진 불꽃놀이 삽화 / 위키피디아

화약 제조 기술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 방문 이후 15세기에는 유럽으로도 전파되어 불꽃놀이도 일반화되기에 이릅니다. 물론 무기로도 사용되었지만 불꽃놀이의 기술도 덩달아 발전하였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때 문신 이규보가 섣달 그믐날 폭죽놀이를 보며 지었다는 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고려시대 때 이미 불꽃놀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려 우왕 때는 최무선에 의해 화약 제조술이 도입되면서 무기 제조와 더불어 '화산희'라고 불리는 왕실 불꽃놀이로도 연결되었지요.


조선은 제야의 날 행사로 '화관'이라는 불꽃놀이를 했고 왕이 이를 관람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전해집니다.

일본을 비롯한 외국 사신에게 불꽃놀이를 보여주며 화약제조와 관련된 첨단 기술력을 뽐내고 외교적 우위를 점하는데도 불꽃놀이가 이용되었다고 하네요.

화성능행도 병풍 중 불꽃놀이 장면 / 국립고궁박물관

특히 조선 성종의 불꽃놀이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고 합니다. 신하들은 불꽃놀이는 그야말로 놀이에 지나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니 중지할 것을 여러 번 건의하기도 지만, 성종은 불꽃놀이는 놀이가 아니라 군무, 즉 군사적으로 중요한 일이고 악귀를 쫓기 위한 목적이라며 여러 번 신하들의 건의를 거절하고 불꽃놀이를 즐겼다지요.


조선의 문인이었던 서거정의 시에 보면 불꽃놀이에 대한 감흥과 외국 사신이 불꽃놀이에 놀라는 장면이 생생히 묘사됩니다.

“좋은 밤 어원에서 불꽃놀이 구경하노라니/ 온갖 놀이 다 바쳐라 기세도 웅장하구려/ (중략) 때로는 포도가 달리는 형상을 짓기도 하며/ 긴 밤을 온통 빨간 철쭉꽃 밭으로 만드누나/ 붉게 떠오른 신기루대는 보일락 말락 하고/ 번갯불은 천지 사이를 빨갛게 횡행할 제/ 자리 가득한 오랑캐들이 모두 경악하여라/ 태평성대의 위령을 진작 보지 못했음일세”
(문화재청, 조선왕실의 취향 ⑰- 성종과 불꽃놀이(한국일보, '20.5.2) 인용)


이러한 불꽃놀이는 발사관을 이용해서 하늘에 쏘아 올린 후 일정 높이에 도달하면 활화약이 폭발하면서 반짝이는 불꽃을 별처럼 쏟아내는 것이 원리입니다. 불꽃이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것은 폭죽 속에 다양한 금속원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금속 원소마다 지닌 색이 다양한데 수백 년 전부터 화학자들은 불꽃색으로 특정 원소의 함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꽃축제를 보러 갈 것이냐고요?"


글쎄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좀 걸어서 한강변에 나가면 불꽃이 보이기는 하겠지만 글쎄요. 그래서 대신 이렇게 글로 불꽃놀이를 써 두는 것이지요. 불꽃놀이를 구경치 못했어도 아쉬움을 글로 때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사실 100만명 중에 한명이 되어서 명당자리를 선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4천9백만명쯤은 불꽃축제를 직접 볼 수도 없지요. '불꽃축제 명당 아파트를 대여하는데 1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래서 '역시 한강변 아파트의 가치'라는 이야기도 나오지요. 공짜라는데 불꽃가격 참 비쌉니다.

불꽃축제 명당 / 출처 모름

그래요 불꽃을 보고 잠시의 근심을 잊고 화려한 불꽃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도 필요하지요. 100만명 안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로맨틱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면 100만원이 대수겠습니까.


그러나 불꽃은 반짝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는 것이지요. 사라지는 불꽃에 근심걱정일랑 훨훨 쏘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찍어봤자 별로 도움이 안되요. 경험상 그냥 보는데 집중하고 불꽃에 날려 버리은 것이 좋습니다.


불꽃같은 글을 훤한 대 낮에 쏘아 올려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불꽃은 사라져도 글은 남을테니까요. 펑펑. 쾅쾅. 명당자리도 필요 없고 그냥 읽기만 하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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