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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20. 2021

당신은 어떤 동물입니까?

가축 or 야생동물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명저 '총, 균, 쇠'에서 148종에 달하는 전 세계의 대형 야생 초식성 육서 포유류(가축화 후보종) 중 겨우 14종만이 시험을 통과하고 오늘날 가축화에 이른 이르고 나머지 134종이 탈락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지요.


그것은 사자 같은 육식동물처럼 먹이고 키우는데 효율이 부족하거나, 코끼리처럼 너무 느리게 성장하여 역시 효율이 떨어지거나, 치타처럼 감금 상태에서 번식이 어렵거나, 회색곰처럼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골치 아픈 성격이거나, 가젤처럼 신경이 예민해서 가둬놓으면 날뛰거나 죽어버리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반면에 가축화가 용이한 동물들은 무리를 이루어 살고, 무리 구성원들 사이에 우열 위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말이나 양, 염소, 소와, 개의 조상인 이리였습니다. 이들은 목축에 적합하였고 서로 잘 싸우지 않기에 한꺼번에 많이 모아둘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세한 지도자를 본능적으로 따르며 비좁은 우리 속에 갇혀서도 지낼 수 있기 때문에 가축화에 유리하였지요.


저자는 이를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라는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여 한 장의 시작과 끝을 맺습니다.

이 '부르심'은 마치 인간 세계의 면접과 채용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기업이라는 목축의 세계에서는 인간은 어떤 동물일까요?


인간은 한때 저 동물들 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 종도 가축화하였었지요. 노예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은 그로부터 벋어 났지만, 가축화의 성격은 오늘날의 기업에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우선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인 먹을 것을 확보한다는데서 그렇습니다. 이런 전제하에 번식을 거듭하고 개체 수를 늘려 나갈 수가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가축이 겪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지요. 보호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입니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갇혀 지내야 하고, 하루 종일 일을 해서 생산물을 제공해야 합니다. 가축도 육류 형태뿐만 아니라, 양털이나 우유처럼 내어 놓을 수 있는 것은 다 내어 놓고 있듯이 인간도 무시무시한 성과를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요.


이마저도 위와 같이 육식동물처럼 투입에 비하여 생산 효율이 부족하다거나, 생산물을 내놓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거나, 직장에 매여 있을 때는 현저하게 효율이 떨어진다거나, 상사가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하지 않는 골치 아픈 성격이라던가, 신경이 예민해서 사회성이 떨어진다거나 하면 '부르심'을 받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모든 야생 동물은 한 번은 가축이 될 기회가 있었다"라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인간에게도 '부르심'의 기회는 한 번은 있었는지 모릅니다. 다만 길들이기에 실패해 야생에 남게 될 수도 있지만요.


그렇다고 직장을 우리 안으로 당신을 우리 속의 가축으로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닙니다. 진화의 관점으로 볼 때 이는 자연선택의 산물이며 인간이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이지요. 직장 밖 현실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인간은 최적의 직장인이 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각자 세력권을 갖고, 자기들끼리 싸우며, 본능적으로 복종하지 않는 이 가축화되기 어려운 동물 중 거의 유일하게 길들여진 '고양이'에 대한 사실입니다.

고양이는 세력권을 갖고 혼자 살며(야생 생태에서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한 줄로 늘어서서 사람을 뒤따르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고양이가 개처럼 본능적으로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를 고양이의 '집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고양이가 가축화한 동기는 식용으로 한꺼번에 집단을 기르면서 몰고 다니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 혼자 다니면서 사냥을 하게 하거나 애완동물로 삼기 위해서였 다지요.


그러므로 직장인의 경우는 고양이보다는 개에 가까워야 환영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충성스럽고 기꺼이 양이나 소를 몰기도 하고 식량이 없을 경우 자신의 몸까지 내어주기 때문이지요. 드디어 개는 인간 다음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가장 많은 개체수를 늘리는 데 성공한 동물은 역시 소나, 돼지, 닭일 겁니다.


당신은 원래 가축화가 힘든 동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초원의 사냥꾼 사자였을 수도 있고, 거대한 힘을 뽐내던 코끼리였을 수도 있습니다. 꿀과 연어를 즐기는 곰이었을 수도 있고, 순식간에 달리던 치타였을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민감하기 그지없는 가젤이었을 수 도 있지요.

그러니 오늘날의 울타리가 비좁고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겠군요. 아니면 이미 우리를 부수고 뛰쳐나와 초원을 자유롭게 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직장 밖 초원은 위험하다곤 하지만요.

어쩌면 개나, 소, 양과 같은 온순한 동물이어서 '부르심'을 받아 지금 행복해 할 수도 있습니다. 생존에 절대 유리한 상태지요.

어디에 포지셔닝을 하느냐는 진화의 자연선택에 따른 각자의 몫인 듯하네요. 당신이 어떤 동물이냐에 따라요.

저는 왠지 고양이가 끌리네요. 개과보다는 고양잇과입니다.

밖에는 갑자기 바람이 찬 날입니다.그래도 초원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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