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지극히 개취(개인적 취향)로써지만은, 표지에 저자의 사진이 커다랗게 들어간 책을 아주 싫어합니다.
계기는 중성자탄 잭(잭 웰치)의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라는 책이었던 것 같군요.
이 책에는 '잭 웰치'의 커다란 사진을 책 전면부에 디자인으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Jack'이라고 커 어 다 란 글씨를 박아 넣기까지 했지요. 그리고 제목조차도 '잭 웰치~'로 시작합니다. 잭 웰치 3중 냄비 바닥, 아니 3중 강조, 잭 웰치의 잭 웰치에 의한, 잭 웰치를 위한 책이었지요.
그렇다고 내용이 싫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GE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는 3중 찬양을 받을만했었지요. 파워포인트(PPT)를 제일 잘하게 익힌 다음 꼭대기로 올라가서는 없애버린 일화도 감명적이었구요.
그런데 표지에 똑 같이 주인공의 사진이 커다랗게 들어간 사진인데 너무 좋은 책이 있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였지요. 제목도 평소 그(스티브 잡스)의 심플함을 강조하 듯 그냥 'Steve Jobs'입니다. 발매되자마자 책을 일등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갔고 곧 휴대폰을 아이폰으로 바꿨었지요.
그런데 한쪽은 싫은데 한쪽은 좋다?
공교롭게도 개취에 모순이 생겼습니다. 정체성의 혼란이지요.
그냥 잭 웰치는 싫고 스티브 잡스는 좋았던 걸까요?
그래서 여기서 정리가 필요했지요. 자아가 더 이상 분열되기 전에요.
내린 결론은
첫째 '저자가 본인이면서 저자의 사진을 책 표지로 넣은 책은 싫다'
둘째 '저자가 살아있을 당시 낸 책인데 저자의 사진을 책 표지로 넣은 책은 싫다'
그런데 둘째 조항은 사후에는 저자는 어차피 책을 낼 수가 없으므로 이 명제는 첫 번째 하나로 모아질 것입니다.
다만 저자의 사후 다른 저자가 저자를 존경해 마지않아 사진을 표지로 쓴다면 인정하겠다는 것이겠지요.
사실 이것은 스티브 잡스에게 이중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든 알리바이 일 수도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월터 아이작슨이었고, 이 책은 그의 사후에 발간된 책이었기 때문이었죠.
아무래두 상관없습니다. 이것은 앞에도 말했듯이 아주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이죠.
또한 그런 책, 한정적으로는 책의 '표지'가 싫다는 것 일뿐 그런 책을 읽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지요.
책의 표지는 싫어하되 책의 내용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이래 놓고 제 책의 표지에 저의 사진을 떡 하니 넣어 놓지는 않겠지요. 설마, 그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