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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13. 2022

소크라테스는 왜 인간 샤넬이 되기를 거부했을까?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토론을 벌였던 이유

샤넬 좋아하나요? 구찌는요? 포르셰는 어떻습니까?

네 원해요! 네 원해요! 네 원해요!

인간 샤넬도 좋아하나요? 인간 구찌는요? 인간 포르셰는 어떻습니까?

 좋아요! 네 라이킷! 네 구우독!


그런데 이 말을 찬사로 듣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모욕적으로 듣고,

인간 샤넬, 인간 구찌, 인간 포르셰가 되기를 거부한 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테스형(소크라테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테스형의 귀에는 인간 샤넬, 인간 구찌, 인간 포르셰가

인간 가방, 인간 구두, 인간 자동차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인간을 샤넬이나 구찌, 포르셰 같은 브랜드 제품의 라인업쯤으로 여긴 것처럼 생각되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는 샤넬이나 구찌, 포르셰의 제품 라인업으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줄줄이 엮여 올 것을 예상하며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해했었지요.


급기야는  샤넬, 구찌, 포르셰가 보내온 망토며, 가방이며, 인력거 등 명품들을 죄다 갖다 버리기에 이릅니다.

그것은 라톤형(플라톤)도 아레스형(아리스토텔레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 그깟 망토, 가방, 인력거 몇 개 받았다고 인간이 어찌 망토, 가방, 인력거 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야만 하냐며 화를 불같이 내었지요.


그런데 당시 아테네에서는 명품 망토를 두르고 명품 가방에 책을 넣고 명품 인력거를 타고 토론에 참석하는 것이 유행이었나 봅니다. 서로의 지혜보다는 명품을 뽐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테스형, 라톤형, 아레스형은 토론을 목욕탕에 모여서 하기로 하지요.

브랜드를 떼고 하는 토론이야말로 진정한 토론임을 설파하나니, 이것이 바로 그리스에서 목욕탕 문화가 발전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 샤넬, 인간 구찌, 인간 포르셰가 되기를 거부하고,

인간 테스형, 인간 라톤형, 인간 아레스형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샤넬, 구찌, 포르셰도 다 이를 설립한 사람들의 이름들이지요.

인간 샤넬, 인간 구찌, 인간 포르셰가 되는 것은 자신의 고유의 이름을 버리고 그들의 이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이 철학자들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이름이 남기를 원한다면 브랜드의 유혹을 경계해야 합니다.

인간 샤넬, 인간 구찌, 인간 포르셰를 당신에게 부여하는 것은 테스형, 라톤형, 아레스형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샤넬, 구찌, 포르셰 집안의 노예로 부리겠다는 수작이니까요.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라서 인간 샤넬, 인간 구찌, 인간 포르셰는 되지 못하겠지만,

흔히 직장의 이름을 빌어 인간 삼성, 인간 현대, 인간 엘지라고는 말하지요. 인간 애플이나 인간 구글, 인간 테슬라도 되긴 합니다.


그러나 테스형, 라톤형 레스형이 그 이름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 샤넬, 인간 구찌, 인간 포르셰를 거부하고 벌거벗은 채로 목욕탕에 모여 토론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어디 열세번째 기둥에 그렇게 쓰여 있다고 하네요. 낙서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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