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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20. 2021

E's 북 : 아무튼, 싸이월드

내가 그의 이름을 지어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일촌이 ($$$)

한줄 서평 : '싸이월드'란 소행성에 다시 인간이 살 수 있을까요?

내맘 $점 : $$$ (저자의 애정만큼은 아니겠지만 한 시절을 풍미했던 싸이월드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면)

박선희 지음 / 제철소 / 2021.04


$ 싸이월드란 소행성은 다시 사람이 살 수 있을까요?


'궁금하긴 합니다 내 싸이월드 어떻게 되었는지!'

이 책 '아무튼'을 읽을 때만 해도 죽다 살기를 반복하던 싸이월드였지요.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고 살리자니 진짜 살아날지 모르겠고.

궁금했습니다. 지구의 버려진 소행성 같았던 이 '싸이월드'가 살아날지 이대로 버려진 채 우주를 떠돌는지요.

뭔가 특단의 조치, 아니 특별한 것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부활의 신묘한 '주술' 같은 거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100만 년 만에 싸이월드가 '살아있다'는 메시지는 뜻밖에도 '주식시장'에서 들려왔습니다.

"싸이월드 로그인 첫날 872만 명 몰렸다", "싸이월드 부활 예고 관련주 들썩"

역시 '자본주의'의 마법은 주술 따위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더군요.


$ 아무튼


아무튼 집어 들까 말까 했는데 이 책을 굳이 집어 든 순 이유는 '싸이월드'가 아니라 그 바로 앞에 '아무튼,' 이라는 수식어가 공교롭게도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싸이월드를?'이라는 다소 촌스러움을 뒤로 한채 그 '아무튼'이라는 마법의 단어에 끌려 '아무튼' 책을 집어 들어 보았었지요.

그땐 그랬었습니다.'싸이월드'란 말로만으로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살아날지, 말지 불분명했기 때문에, 이 기억을 소환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였었지요. 싸이월드뿐 아니라 페북도 입원해 있었고, 인스타도 잠들어 있었는데, 싸이월드라는 '고대의 유물'을 함부로 파헤치기에는 미라의 저주 같은 게 내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아무튼은 그냥 아무튼이 아니라 '아무튼' 시리즈였습니다.

'아무튼'으로 시작되는 작은 책들이 주르륵 꽂혀 있어서 '흠칫' 놀랐는데, '아무튼 싸이월드'는 단순히 '아무튼' 혼자가 아니라 '아무튼' 시리즈 중 한 권이었기에 그 '아무튼'들은 이 구역 '아무튼' 구역에 들어왔으니 그중에 한 권은 '아무튼' 뽑아 들지 않고는 나갈 수 없다며 마치 어릴 적 골목에서 만난 양아치 형 마냥 책들 사이를 막아서고 있었었지요.


$ 추억 말고, 앞으로


아무튼 이 책은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위험한 책임이 분명했습니다. 저자와는 동시대를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오버랩이 바로 되며 쉽게 읽히고 말았지요.

혹 싸이월드 이후의 세대라면 아무튼 이 저자가 쓰게 될 또 다른 책 '아무튼, 페이스북'이라든지, '아무튼, 인스타그램'을 좀 더 기다려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관심은 '추억'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았지만 저의 관점은 '앞으로'에 좀 더 있다는 게 다른 점이었지요.

바로 싸이월드가 과연 살아날 것이냐의 문제였습니다.

아마 싸이월드는 인공호흡을 통해 미라에서 생명체로 부활시킨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회상'이라는 것에 얽매인다면 그 미라화 된 몸으로는 얼마 못 갈 것 같기 때문이었죠.

그보다는 사이보그가 되어 새롭게 태어나던지, 첨단 AI로 무장을 시킨다던지, 메타버스와 연결해 5세대 가상세계로 바로 직행한다던지, 도토리라도 가상화폐 시장에 상장시켜 붐을 일으킨다든지, 반려 동물의 컨셉의 플랫폼으로라도 재탄생시킨다던지, 캐릭터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낸다던지, 아무튼 새로운 동력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윽 벌써 과몰입 수준입니다. 이렇게 싸이월드가 위험한 것이지요.


$ 부활


아무튼,

싸이월드에는 추억뿐 아니라 평소 습관대로 긁적여 놓은 글들도 여기저기 있을 텐데요.

혹자들은 흑역사를 되살리는 것은 미이라를 부활시키는 것과 같은 재앙이 있을 거라고도 말하지만,

그래도 잃어버린 한 시기를 복원한다는데 의미가 있을 듯싶습니다.

원래는 무령왕릉이나 석굴암처럼 더 오래 묻혀 있다가 유적의 발굴처럼 살아나길 바랬는데, 좀 이른 부활인 듯도 싶네요.

아무튼 싸이월드, 저자는 지금쯤 싸이월드의 부활을 누구보다도 무척 기뻐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네요.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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