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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20. 2022

뱅크런 대비 특별 모의 훈련이 필요한 이유

가상의 초연결 사회는 언제든 붕괴될 수도 있다

'뱅크런(Bank Run)'이라는 경기 종목을 아십니까?

경기 규칙은 간단합니다. 그냥 은행을 향해 냅다 뛰기만 하면 되거든요.

일등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은행의 지불 가능한 순위 안에만 들면 되지요.


그런데 이것은 말처럼 쉬운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2011년 저축은행사태 때에는 실제로 이 뱅크런이 일어났었거든요. 그런데 은행으로부터 귀띔을 들은 고위 관료나 순위에 들어 돈을 찾아갔지 나머지는 이 경기에서 거의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그 여파로 24곳의 저축은행이 파산했고, 탈락자는 10만명에 이르렀지요. 공적자금만 27조원이 투입되어 가까스로 무서운 경기를 끝낼 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뱅크런의 원인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한몫하곤 합니다. 고수익을 노린 PF대출이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리며 부실화되고, 자금의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그 리스크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그리고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다 한 순간 빵 터지는 것이지요.


요즈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권의 고금리 전쟁은 이러한 우려를 다시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경기가 하락하며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고, 이는 다시 PF 대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여파로 고금리를 줘 가며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생각이지요.


그런데 드디어 진짜 문제가 터졌습니다. 거래하고 있는 한 저축은행의 모바일 뱅킹이 느려져서 접속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몇 시간째 접속이 안되더라고요. 그 저축은행은 최근 고이율을 내세워 금리 경쟁을 한참 하고 있는 유력의 저축은행이었지요.


그래서 모바일로는 이제 안 되겠다 싶어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 뱅킹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인터넷망이 접속이 어렵다 하면서 인출이 되지 않네요.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뱅크런의 전조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지점을 찾아서 냅다 뛰기로 합니다. 말로만 듣던 뱅크런에 몸소 뛰어든 것이지요. 저축은행은 지점도 몇 개 되지 않아 먼 거리를 뛰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점 내방이지요. 지금쯤 서로 먼저 돈을 찾겠다고 긴 줄을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운이 좋아서 오늘까지는 인출이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제발 순위 안에 들기를!


그러나 뱅크런으로 어렵게 찾은 지점의 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조용하였습니다. 대기 순서가 좀 있기는 했었지만 기다리다 보니 인출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고금리 상품에 신규 가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리고 멈춰 섰던 모바일 뱅킹도 다시 접속이 되기 시작합니다. 인출은 지점에서 꼭 할 필요는 없어진 것 같네요.


결국 뱅크런 사태는 혼자만의 뱅크런 특별 모의 훈련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신속하게 지점으로 이동하여 인출에 성공하였으니 성공적인 훈련이었네요. 만약에 정말 사태가 터졌다면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뱅크런을 감행한 것에 칭찬을 보내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헛걸음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언제든 사태는 터질 수 있고 뱅크런에 모의로 참가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으니까요.


뱅크런은 사실 은행에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신뢰가 무너지며 오는 것입니다. 은행을 믿지 못하니 너도나도 돈을 찾으려 하는 것이고 갑작스러운 인출 사태에 대응하지 못해 은행이 무너지는 것이 바로 뱅크런이지요. 그러므로 뱅크런을 막으려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오늘 뱅크런을 감행한 이유는 바로 몇 시간 동안 모바일 접속이 안되며 이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나 한 명이라면 뱅크런 모의 훈련으로 끝날 일이었지만, 지점에 도착 후 "지금 은행이 접속이 안돼요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자기도 인출을 서둘러 요청하고 그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하여 퍼지고, 너도 나도 은행으로 달려오면 그것이 바로 뱅크런이 되는 것이지요. 특히 요즈음은 그 SNS 때문에 소문이 불길처럼 더 빨리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뱅크런이 어느 때 보다도 타오르기 좋은 여건입니다.


사실 오늘의 뱅크런은 며칠 전 카카오 사태와 맞물리며 더 불신을 자초한 면이 컸습니다. 인터넷이 항상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인터넷 뱅킹으로 아무 때나 인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은행이라고 해서 그런 사태가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불신이 이 뱅크런을 더 부추겼던 것이지요.


그런데 뱅크런은 꼭 은행에서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현대 사회는 소셜네트워크 사회이지요. 그래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의 구독자가 중요한 사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곳이 뱅크런이 가장 일어나기 쉬운 곳이기도 합니다. 즉 신뢰가 무너지면 구독을 끊고 바로 뱅크런이지요. 여리지라는 가상인간이 초상권을 침해하였다는 논란뿐 아니라 가상 계정으로 거짓 구독자를 늘렸다는 기사는 이 가상인간은 신뢰할 수 없겠다는 생각뿐 아니라 곳 여기서도 뱅크런이 일어나겠다는 예상을 갖게 하지요.


그래서 뱅크런 대비 특별 모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카톡은 언제든지 안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이메일과 블로그, 인스타와 유튜브 같은 초연결 사회는 어느 때든 단절될 수 있으며 그 연결은 사실 가상의 것과 같아서 한순간 진짜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이것이 뱅크런 모의 훈련으로 평소 리스크에 대비하는 방법입니다. 너무 믿었다가는 한 순간 다 잃고 뱅크런을 뛰어야 할 수도 있다고요. 믿는 것은 딱 예금자 보호 한도까지만 입니다. 예금자 보호 한도도 없는 소셜네트워크는 과연 어느 만큼만 믿어야 할까요?


그것이 11년 전의 저축은행 뱅크런 사태를 상기하는 이유입니다. 카카오 사태는 돈 인출만 아니었지 일종의 뱅크런 사태의 전조였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뱅크런 사태는 인류의 역사상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오늘날의 은행은 사실상 뱅크런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흔이 아니죠. 


여러분도 은행까지 뱅크런, 한번 뛰어 보면 압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하다 직접 뛰어보면 얼마나 힘든지. 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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