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김유정은 1999년생이므로 20세기에 태어난 것은 맞지만 20세기 소녀라고 부르기에는 어불성설입니다. 하지만 20세기 소녀인들 어떠하고 21세기 소녀인들 어떠하리오. 김유정인걸요. 차라리 그녀가 21세기 소녀가 아니라 같은 20세기에서 21세기를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 더 동질감이 가는 것일 수도요.
영화에서는 20세기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들을 여럿 배치했습니다.
휴대폰이 아직 없던 시절 부스에 줄을 서고 동전을 넣어가며 시간을 다투어야 했던 공중전화에서 부터, 두꺼운 전화번호부와, 공중전화에 매달리게 했던 삐삐, 교복을 입고 떠났던 수학여행, 비디오테이프 대여점, 필름 카메라와 캠코더 같은 것들이지요.
그 시절의 감성이 그립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 전 하나도 그립지 않아요.
20세기 김유정이 아닌 봄봄의 김유정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 저는 '봄봄' 뿐 아니라 '봄 사랑 벚꽃 말고'도 몰라요.
하기사 나태주 시인의 새로운 시집이 나온 것을 보고 "트로트 가수 나태주가 시집도 냈네"라고 하는 말에 빵 터졌던 일도 있었습니다.
나태주를 시인으로 알고 있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 시집은 제가 산 게 아니에요. 그냥 주운 거예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고 김유정은 19세기에도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어울린다는 게 요점입니다.
19세기로 추정되는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나,
20세기 소녀에서 교복을 입은 모습이나,
21세기 편의점 샛별이에서도,
그녀와 함께라면 무척 유쾌하거든요.
이렇게 극찬을 보내는 이유는 21세기 초 어느 날 사진을 한 장 선뜻 같이 찍어 주었던 기억이 있어서입니다. 연예인에 시크한 지가 그 따뜻한 마음에 이렇게라도 보답을 하는 것이지유.
그래서 영화는 어땠냐고요?
말했잖아요. 저 옛날 사람 아니라고, 그 시절의 감성이 하나도 그립지 않다고요. 22세기 영화가 좋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