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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02. 2022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드룩(절친)이 될 수 있을까?

feat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해외여행이 한참이던 시절, 여름휴가의 후보지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마저 물망에 올랐던 때가 기억납니다. 러시아 연해주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러시아'라는 미지의 나라를 경험하기에 매력적인 후보지로 생각되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그곳을 다녀온 지인의 이야기를 머지않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할 것이 없어서 극장에 가서 마블 영화를 봤다는 것이었지요. 심지어는 자막이 러시아어로 나와서 영화를 보는데 애먹었다는 웃픈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후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환상은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뒤돌아 보니 러시아너무 다른 서구의 광관지와 같은 선상에서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 다시 등장합니다. 저자가 바로 그곳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였다면 어느 지역에 살았느냐가 뭐 그리 다르겠느냐만은 러시아의 드넓은 땅덩이를 생각한다면 '모스크바' 러시아인과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인은 아주 다른가 봅니다. 심지어 그전에 '모스크바'에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그러나 '서울'에는 살고 있는, 그러다가 귀화하여 우리나라 사람이 된 옛 러시아인의 시각은 다시 한번 '블라디보스토크'를 여행지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었다고나 할까요.


원래는 요즘 한창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떠오른 '러시아'에 대하여 좀 더 알아나 볼 요량으로 선택한 책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흥미롭습니다. 러시아 하면 종합격투기 선수였던 표도르가 기억나는 상남자의 나라 러시아인데, 한편으로 러시아는 정말 가부장적 '상남자'의 나라이기도하더군요. 공적으로는 절대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지만 사적으로는 진실된 웃음을 볼 수 있는 것도 예상치 못한 입니다. 예의상 거짓된 웃음을 짓지 않는 것이 더 진실된 것이라 하지요. 러시아에서는 친구가 네 종류가 있으며 그 중 우리의 친구에 해당하는 '드룩'이라는 표현은 열일을 제처 두고 함께하는 진짜 친구(찐친)라는 이야기는 친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남사친,  여사친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은 훨씬 더 진보적이라 할까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구 '소련'의 이미지입니다. 미소(미국과 소련)의 경쟁에서 끼여 있을 수밖에 없었던 남북관계에서 소련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붉은 제국'의 나라였지요. 그런데 이런 것도 다 편견인가 싶습니다. 러시아는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의 나라이기도하고, 예르미타주 박물관전에서 보았던 뛰어난 문화예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한데 그것들이 멀고도 낯설게 느껴짐은, 우리의 이해가 그들의 상당히 반대편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중국이 부상하고 다음은 인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다음으로는 러시아의 재 부상을 조심스럽게 점쳐 봅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가장 넓은 땅 덩어리와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미국과 견주었던 자존심의 나라이기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잠재력이 넘치는 나라라고 볼 수 있지요.

그래 그 얼어붙었던 영구동토(일년 내내 얼어 있는 땅)가 깨어나는 순간 러시아의 비약이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동토의 깨어남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구가 더워지면 그 넓은 땅이 다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될지도 모르거든요.


그리고 러시아와 우리나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북한 너머의 무서운 엉아처럼 보였지만 언젠가는 그 깨어난 동토의 러시아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가게 될 테니까요. 그 가장 큰 수혜는 러시아와 우리나라가 함께 누릴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 쪽 엉아 미쿡은 러시아와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것을 용납할까요? 글쎄요? 러시아와 우리나라가 드룩(절친)이 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남자 성질 좀 죽이고 국제사회에서 종합격투기는 그만 은퇴해야 할텐데요.


저자는 너무 힘들어서 추천하지 않는다지만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꼭 한번 타보고는 싶습니다. 글쎄요 그때 정말 비행기를 마다하고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지나 유럽까지 가게 될까요? 그러려면 무척 건강해야겠지요. 체력도 열차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여하튼 무서운 러시아 엉아 그만 싸우고 우리도 드룩(절친)도 되고 친하게 지내봐요 쫌!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한줄서평 : 러시아인도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2022.10)

내맘$점 : $$$

벨라코프 일리야 저 / 틈새책방 (2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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