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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26. 2021

E's 북 : 길 위에서 내일을 그리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일상 예술가의 드로잉 에세이 ($$$)

$ 도랑치고 가재잡고


'이 저자는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책의 '저자'였더라도 부러워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 데 왜일까요? 그건 바로 이 작가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북치고 장구치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있기 때문이었죠.

책에 삽화가 등장하긴 하지만 이렇게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건 흔치는 않지요. 그림책이 아닌 이상 말이에요. 한 가지도 벅찬데 두 가지 예술적 능력이 부러웠나 봅니다. 사실은 글도 좋아하지만 그림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 능력치 100을 부여할 테니


신은 공평해서, 아니 좀 인색해서,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노래도 잘 부르고 작곡까지 잘하고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는 그런 완벽한 인간을 웬만해선 창조하지 않지요. 즉 몰아주기를 안 해주는 것인데, 어딘가가 특별히 뛰어나다면, 어딘가가 특별히 모자라기 마련입니다.


'왜냐고요? 그러면 신이 되려고 하니까!'


그래서 어디도 특별히 뛰어나지 않고, 어디도 특별히 모자라지 않은 평범함을 선호하지요.

이쯤이면 능력치 100을 부여할 테니 지력, 무력, 매력을 적당히 나누어서 선택하게끔 하던 옛날 게임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게임에서도 그랬었듯이, 각 능력을 똑같이 균등 배분하면 뛰어난 인물이 되기가 힘든 법이지요.

어떤 부분은 확 낮추면서 한 부분에 집중해야 어디 한 군데에라도 쓰임을 받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지략가, 장수, 연예인, 그리고 평범인으로 나뉘기도 하나 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평범한데 어딘가만 뛰어나다는 것은 신의 실패작인 셈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인간다운 매력은 그 빈 부분에서 생겨나지요. 그래서 신은 참 인간다운 매력이 없어요.

여하튼 작가는 글과 그림에 능력치를 썼으니 어디가 부족한 것일까요?


$ 불완전함의 매력


그렇다고 저자가 이 책의 글과 그림에 반반씩 똑같이 나누어 재능을 섞은 것은 아닌 듯합니다. 글과 그림을 단짠이라고 한다면 그림에 더 간을 했지요. 그래서 마냥 달달한 기억 이기라기보다는 조금 더 이국적이고 쓸쓸한 맛도 느껴지나 봅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37개 도시)를 한 해 동안 여행한 기록이라면 아마 사진이 수만 장 난무했을 것이지요. 그런데 그림으로 만나는 풍경들은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듯이 차분함을 줍니다.

사진의 선명함과 완벽함을 넘어서 그림이 주는 매력이지요. 사진이 현실의 신의 영역이라면 이 완벽하지 않은 그림은 신을 모방하려는 인간의 영역이랄까요.

그래서 한계의 능력치를 부여받은 인간은 그림에 끌리는 법인가 봅니다. 선명한 이성적 현실을 보고 있으면서도, 불완전하고 감성적 그림에 더 따뜻하게 느낍니다.

저만 그런가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신에 가깝다는 것이니 기뻐하시길.


$ 일 년의 안식년


이 책은 '유럽'이라는 이국의 공간과 더불어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이 마음에 여유를 더해 주는 요소지요.

일주일 중 하루도 제대로 쉬기 힘들 때가 많고, 이틀을 쉬면 난리가 날 것 같은 세상의 속박 속에 살고 있지만, 이틀이 아니라 일주일, 보름, 한 달, 심지어 일 년을 쉰다 해도 세상에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쉬어보고야 깨닫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자의 '일 년간의 안식년'은 여행 중이지만 쫓기지 않는 무척 포근함을 선사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도 인생에 안식년이 주어지면 어떨까요? 법적으로 20세에서 30세가 되는 시점에 또는 40에서 50세가 되는 시점, 아예 10년마다 1년씩 안식년이 있으면 어떨까요? 주 5일제도 반대했던 노예 주의자들의 극렬한 반대 외침이 벌써 귓가에 들리는 듯하네요.


"뭐어 일 년? 일 년을 쉬겠다고? 그럴 거면 당장 떠나! 돌아올 생각 같은 건 꿈도 꾸지 말고!"

"넵, 바이~"


$ 아껴두었다 먹는 빵


코로나로 인하여 여행 같은 것은 꿈을 꾸기가 어려워진 세상이 되어 버렸지요.

그렇게 되자 그 이전에 먼 세상을 그나마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언제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갑자기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다행히 그 전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몇 해가 지나면 여행도 다시 가게 되겠지요.

딱 그때쯤 이 책을 다시금 꺼내 들어 데리고 가도 좋을 듯싶네요.

'여행이라, 아 아껴두었던 빵은 아마 엄청 맛있겠지요?'


특별히 기억해야 하거나 지식을 높일 필요 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었습니다.

'나도 한번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넌지시 들기도 하구요.


한줄 서평 : 북치고 장구치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글쓰고 그림 그리고

내맘 $점 : $$$ (여행과 그림을 둘 다 좋아한다면, 일반적으로 그렇겠지만)

장미정 글, 그림 / 도트북 (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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