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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27. 2021


E's 북 : 동네 한 바퀴 생활 인문학

도시에서 만나는 공간과 사물의 흥미로운 속사정 ($$$$)

한줄서평 : 그런데 수도관, 맨홀뚜껑, 아스팔트, 가로수, 비둘기 말고 저 빌딩 주인은 누구일까?

내맘 $점 : $$$$ (피해 다녔던 비둘기도, 빠질지도 모를 맨홀뚜껑도 달리 보이는 기적을 체험하고 싶다면)

스파이크 칼슨 지음 / 한은경 옮김 / 21세기 북스 (2021.05)



$ 동네 이야기


동네를 좋아하는 편이신가요? 동네를 샅샅이 훑고 돌아다니진 않나요?

그게 아니라 이 지긋지긋한 동네를 벋어 나고 싶거나, 아예 집 밖으로는 잘 안 나오는 스타일 일 수도 있지요.

저는 전자에 속하는 편이지요. 동네를 그야말로 이 잡듯이 마구 쏘다니는 축에 속하지요.


마치 제가 돌아다닌 곳은 영토라도 된 듯한 기분이지요. 그래서 때론 사방으로 아주 멀리까지 나간 후 정복지를 선포하지요. 영토는 점점 넓어지고 발걸음이 닫는데 까지는 다 가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개나 고양이처럼 영역표시를 하는 건 아니고요.


공원이나 극장이며 큰 건물들이 있는가를 살피고 이용해 봅니다. 마트며 시장이며 가게들도 빠질 수 없는 포트입니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도 필수 이고요.

대략적인 큰 길가가 살펴졌으면 더 작은 골목길로 들어섭니다. 골목길 사이사이로는 커피숍이며, 장식품을 파는 가게며 숨은 맛집들과 멋집들이 많아서 좋아요. '골목의 묘미'이지요. '아 이 길은 이리로 연결되는구나'와 같은 지름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이 동네의 유지이자 토박이가 되지요. 아무도 몰라주겠지만 난 이 동네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요!


$ 정복을 마치고


그렇게 정복을 마치고 나면 이제 동네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슬슬 없어지지요. 이따금 동네의 낯선 길을 걷다 보면 꼭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좋은데, 익숙해지고 나면 이제 다 국내입니다. 맨날 보는 마트이고 커피숍이고 가게이지요. 익숙함은 편안함이 되기는 하지만 재미는 덜하지요.


그런데 여기에는 동네의  것들에 관심을 무척이나 갖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무심코 피해 가는 맨홀 뚜껑에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골목길에서, 종종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마주치고 마는 비둘기에서, 산책의 연속성을 방해하는 신호등에서, 심지어 재활용으로 버린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온통 동네를 궁금해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였습니다.


$ 동네에 널려진 온갖 궁금한 것들


이 저자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바로 이 '동네'라는 것과 걷다 보면 만나는 흔한 것들이 소재이기 때문이지요.

수도관이라면 그 물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어떻게 오는지를, 맨홀 뚜껑이라면 그것을 어디서 만들고 몇 개나 있고 왜 둥근지를,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라면 그것의 차이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고 왜 중요한지를, 동네 비둘기라면, 어디서 왔으며 얼마나 많고 어떻게 겨울을 나고 다시 나타나는지까지 등 저자는 온통 호기심 천국입니다.


이는 마치 텔레비전의 탐사 보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자 이제 제가 수돗물이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수도 사업부를 제가 직접 가서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직접 일일 체험을 해 보겠는데요..."

음, 이 책은 유튜브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동네를 산책하는 새로운 시각


저는 저자만큼 호기심이 강하지는 않습니다만, 덕분에 동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지요.

익숙한 발걸음에 닿던 아스팔트가 그저 깔린 바닥이 아니고, 가로수 하나하나도 고마운 것들이지요. 지저분하게만 보였던 전봇대는 낭만적이고, 맨홀 뚜껑이 둥근 건 과학의 원리가 있기도 하지요.

도시의 거리를 당연하게 이루고 있는 것들에 원래부터 거기 당연히 있던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이지요.

이쯤이면 익숙해졌던 동네 산책이 다시 흥미로와질 듯싶지요. 멀리했던 비둘기도 반가울 만큼요.


그나저나 동네를 돌며 궁금한 게 하나 있기는 했습니다. '저 빌딩의 주인들은 다 누구일까요?'

언제 저는 저 빌딩들 중 하나라도 영토로 삼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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