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랗게 모오과 익어가는 가을

나무 높이 달려 햇살에 노오랗게 익어가는 모과를 보며 군침을 흘립니다.

"저걸 따 다가 모과차를 끓여 먹으면 딱 그만 일 텐데"

목감기 기운이 약간 있으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들지요.

그러나 모과는 군침을 흘릴만한 과일은 원래 아니었습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라는 속담이 떠오를 만큼 모과는 맛도 없고 다른 과일에 비하여 울퉁불퉁 좀 못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맛없고 못생긴 모과에 대해서 그래도 애정이 가는 이유는 어릴 적 살던 아랫집 마당에 모과나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과가 열리면 모과 하나씩을 아랫집 아주머님이 주곤 하셨거든요.

그런데 모과라는 과일은 크기는 크고 색깔은 노오랗게 그럴싸한데 제대로 먹을 수 없으니 정말 그림의 떡 같은 과일이었지요.

게다가 겉은 얼마나 단단한지 돌덩이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안간힘을 써가며 어렵게 껍질을 벗기고 잘라봤는지만 시고 떫어서 먹을 수는 없더라고요.

결국 모과는 잘게 잘라 모과차를 끓이거나 모과주를 담는데 겨우 쓰였습니다. 어릴 적에는 모과주는 물론 모과차도 먹지 않아 그야말로 꼴뚜기 같은 과일이었지요.

그래도 딱 한 가지 장점이 있긴 했는데 향기가 무척이나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방향제 마냥 오래오래 그냥 두고 보기만 했었지요. 향기 나는 그림의 떡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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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이가 들고 다시 만난 모과차의 맛은 못생기고 돌덩이 같았던 모과를 다시 보게 만들더라고요. 게다가 차를 마시며 맡는 향은 어찌나 감미로운지 더 이상 꼴뚜기가 아니었지요.

특히 요즘처럼 날이 스산해지는 날에는 따끈한 모과차와 함께 그윽한 향에 젖을 생각을 하면, 하늘 높이 달린 탐스러운 모과에 군침을 충분히 흘릴 만도 합니다.

그렇게 모과가 익어가는 가을이 저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