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던, 미디엄 말고 여기 피가 뚝뚝 떨어지는 레어로
feat 브런치팀
크리스마스 즈음에 레스토랑에 가면 크리스마스 스페셜 메뉴라는 것이 나오곤 했었습니다. 기존에 있던 메뉴와 그리 큰 차이는 없었는데 메뉴 이름에 '크리스마스'와 '스페셜'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므로 가격은 더 비싸게 받았지요. 장식은 살짝 신경을 썼지만 오히려 기존 메뉴 보다도 맛은 더 못하게도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메뉴는 고를 수 없다는 것이 큰 함정이었지요. 이유불문 꼭 이 크리스마스 스페셜 메뉴만 시켜야 한다는, 다른 메뉴는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그래서 울며 겨자맛 나는 크리스마스 스페셜 메뉴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브런치앱의 메뉴 개편은 개인적으로는 그런 크리스마스 스페셜 메뉴판을 접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거나 시키지 말고 여기 정해준 메뉴만 골라!" 이런 인상이었거든요.
'오늘의 작가'며 '요즘 뜨는 브런치 북'이며 '브런치북 수상자며, 심지어 '요즘 뜨는 브런치 북'에는 아예 순위를 매겨 놓았더군요. 우려한 일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몇시 인기글'이며 '에디터 픽'은 죄다 읽을 글을 일괄적으로 정해주는 듯 보였습니다. 에디터는 무슨 취향으로 픽을 하는지 저하고는 취향이 영 다른 듯 싶지요.
'발견'은 아마 AI가 알아서 추천을 해 준다는 것 같은데, AI가 내 취향을 규정하는 것 무척 싫어하지요. 또 맞지도 않더라고요. AI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아서 다행이지요.
이 모든 것이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크리스마스 스페셜 메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스페셜 메뉴를 시킬 것이냐고요? 그럴리가요?크리스마스 스페셜 메뉴는 시키지 않을 것이지요. 울며 겨자맛 나는 크리스마스 스페셜 메뉴 대신 햄버거나 떡볶이를 먹겠다고 합니다. AI의 추천은 필요 없고 한땀 한땀 수제로 검색하겠다고 하지요.
그래도 스페셜 메뉴가 꼭 나쁜 것 만은 아니에요. 공들여 요리한 정말 스페셜일 수도 있고, 크리스마스에는 스페셜한 장식과 메뉴도 필요하니까요. 그건 개인적인 취향이니까요.
그래도 다른 메뉴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은 있어야죠. 스페셜 스테이크 말고 예전에는 비건식도 있었잖아요. 인기 메뉴는 다 알아서 시키는데 저까지 그 메뉴를 고를 필요가 있나요? 까다로운 입맛이라 메뉴 투정을 하지요. AI는 내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며 불평을 하지요. 왜냐하면 브런치에 길들여지지 않는 미식가이기 때문이지요.
크리스마스 스페셜 메뉴만 된다고 하건 말건 주방장은 메뉴판에 없는 요리를 계속 만들 생각인가 봅니다. 하긴 단골에게는 메뉴판에 없는 것도 만들어 주긴 하더라고요.
"웰던, 미디엄 말고 여기 피가 뚝뚝 떨어지는 레어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