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까지 가는 여정은 거의 24시간 동안 비행기만 탔던 긴 감금 시간으로 인하여 거의 녹다운되어 있었지만, 리우에 있는 '코르코바도'라 불리는 예수상에 오르자 피곤한 기분은 싹 씻기는 듯 했었습니다.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트램을 타고 오르고 또 올라서 바로 코앞 위로는 예수상을, 아래로는 리우의 '코파카바나' 해변을 아래로 바라보고 있자니 지구가 아닌 듯한 다른 행성의 꼭대기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해변과 섬들은 우주의 낯선 행성처럼 그림처럼 아름답고, 그 뒤로 예수님이 두 팔을 벌려 안아주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노라면 부처님을 믿다가도 예수님의 꾐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풍광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러고 보니 승려들이 꽤 많이 보였던 것 같은 기억이 어슴푸레 떠 오릅니다.
브라질 음식은 겉으로는 매우 맛있어 보였지만 실제로는 엄청 짜서 거의 토할 것 같았었지요. 아마 그때 먹었던 음식이 소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를 꼬챙이에 끼워서 구운 '슈하스코'라는 음식 같았는데 기후가 덥다 보니 염장을 얼마나 쎄게 했는지 이것은 고기에 소금을 한 것인지, 소금에 고기를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짠맛을 가시기 위해, 그리고 날씨가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까이삐리냐'라고 하는 시원한 칵테일만 벌컥벌컥 들이켰었네요.
조금 화가 났던 점은 이 동네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는 것입니다. 축구에 취한 낙천적인 나라답게 그들은 그야말로 인생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물론 모든 국민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리우의 코파카바나 해변에는 영화에서나 보았던 비키니를 입은 이들이 북적거리고 모두들 한가로이 놀고 있는 사람들 같았거든요. 그냥 잠시 노는 것도 아니라 뭔가 평생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지요. 곧 지구 반대편 빨리빨리와 바쁨의 행성으로 다시 떠나야 할 처지에 비하여 그랬습니다. 그 드넓은 땅에 한가로이 즐기고 있는 그들은 정말 딴 행성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축구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들은 신나서 축구를 하는 자들이지요. 마치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고 축구를 하는 자들이랄까요? 그에 비하면 우리는 군복을 입고 산악에서 축구를 하는 자들 같이 느껴지네요. 그러므로 브라질과 우리나라의 경기는 비키니를 입은 자들의 '비치사커'와 군복을 입은 '산악축구'의 경기처럼 느껴진다고 할까요?
물론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은 자들이 이길지 산악에서 전투복을 입은 자들이 이길지 승부는 또 다른 세계이긴 합니다. 산에서 전투복을 입고 내려온 자들이 해변에서는 얼마나 축구가 쉽겠어요? 아닐까요? 해변에서 모래에 푹푹 빠져 고전하게 될까요? 수영복을 입은 자들을 상대하는데 전투복을 입었으니 얼마나 쉽겠어요? 아닐까요?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수영복을 부러워하게 될까요?
그보다는 더 신나고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그 때는 이렇게 신나고 행복해 보이는 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 것을 보고 조금 화가났었지만, 이제는 전투복을 입고 산악에서 그동안 고생했으니 더 신나고 행복할 필요가 있지요. 해변에서 수영복이 아니더라도 이젠 더 신나고 행복한 그런 우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