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데도 일정한 온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물론 영혼이 증발할 정도로 덥거나, 손끝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워서는 글 쓰기가 어렵겠지만, 글쓰기에는 물리적인 온도가 아니라 감정적인 온도가 필요하지요. 그것도 머리의 온도가 아니라 마음의 온도이고, 글을 끓게 할 만한 일정 이상의 열기라 할까요?
그 온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이 정도로는 글을 끓이기 어려운 열기에 마음이 머무는 날 말입니다. 그때는 마치 물이 일정 온도가 안돼서 커피가 잘 녹지 않는 상태 같은 것이지요. 컵라면이 익기에 부족한 온수 같은 것 말입니다. 알다시피 일정한 온도가 채워지지 않으면 향기로운 커피맛을 뽑기가 힘들고, 미온으로 끓인 컵라면은 설익고 불게 마련이지요. 미지근한 커피와 익지 않은 컵라면에서는 본연의 맛을 기대할 수 없듯이, 온도가 올라가지 않을 때 쓴 글은 설익은 향과 불어서 퍼진 맛을 내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글쓰기는 너무 빨리 써버리면 뜨거워서 데기 쉽고 너무 느리게 쓰고 있어도 그 사이 마음이 식어 버려 온도를 유지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럴 땐 리필이라도 해서 다시 온도를 올려주어야죠. 뭐 온도 같은 것이 왜 필요하냐고, 온도와 관계없는 과자 같은 글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냐고도 할수 있겠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온도와 열기가 있었기에 결국은 샛노랗게 잘 익은 과자로 구워진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글쓰기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항상 워밍업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열을 충분히 해서 마음을 미리 따뜻하게 만들고 알을 품을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차가운 마음으로는 온도가 낮아서 황금알을 품는 다고 한들 알이 깨어나지 않거든요.
그런데 온도라는 면을 놓고 볼 때 겨울은 글쓰기가 더 쉽지 않게 다가옵니다. 일단 날씨라는 환경이 일정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기에 더 녹록지 않으니까요. 찬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마음도 바짝 얼었다가 고드름 떨어지듯 와장창 깨지기 일쑤거든요.
그러므로 겨울에는 더욱 마음의 온도를 올릴 수 있는 따뜻한 꺼리가 필요합니다. 사랑 같이 바로 불붙고 화력을 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없으면 훈훈한 이야기나 따뜻한 감성이 필요하겠지요. 그것마저 부족하다면 마음의 부싯돌로 불꽃을 만들어 보거나, 성냥팔이 소녀처럼 성냥 하나 그어가며 곁불이라도 쬐며 글을 피우지요.
그래서 뜨거움을 열기 삼아 태우지 않고, 차가움을 냉정하게 얼리지 않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여 글을 항시 끓일 수 있는 자들을 작가라고 하나 봅니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여행이나 캠핑 중 커피 포트 같은 존재들이지요. 차가운 점심시간의 보온 도시락 같은 이들입니다. 몸의 온도뿐 아니라 마음의 온도도 36.5도씨 이상을 유지하는 진정한 항온 동물이려나요?그런 면에서는 아직 커피 포트나 보온 도시락이 되기는 멀었죠. 마음이 어찌 이리 금방 식는 종이컵이나 양은 도시락 같단 말입니까?
처음 글을 시작할 때보다 그래도 온도가 조금 오른 듯합니다. 젖은 나무에서는 연기가 나고 불이 잘 붙지 않지만, 잘 말리고 정성스레 부채질이라도 하면 일정한 온도로 열기를 얻을 수도 있겠지요. 따뜻한 난로의 곁불이라도 쬐면 양은 도시락도 뜨거워 지는 법이니까요. 보온병의 커피처럼, 보온 밥솥의 항시 따뜻한 밥처럼, 온도를 유지시켜 놓고 그 안의 글을 따라 마시고 글을 퍼 담으면 좋을 텐데요.
오늘의 글쓰기 온도가 잘 올라가지 않는다 해도 부싯돌 하나, 성냥 하나 라도 불꽃을 피워 일정한 마음의 온도를 유지하는 법을 익혀 간다면 이 차가운 계절에 커피 포트가, 보온 도시락이 될 수도 있을 거에요. 글쓰기의 온도도 그렇게 진화였으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온도를 일정 이상 유지해야 하겠죠? 따뜻한 온돌 같은 글 이불 위에서 따뜻하게 편히 누워서 마음의 온도 높여 보아요. 품었던 알이 황금글로 깨어 날테니까요. 꼭끼요!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