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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왈츠

입춘

by Emile

유달리 넘기기 힘들었던 겨울이었지

시베리아에 유배된 도스토옙스키를 절로 떠올리게 할 만큼 세밑 한파에

눈은 어찌나 자주 내리는지

곳이 기꺼이 북극곰이 사는 하얀 배경이 되기를 자처했었지


전쟁도 아닌데 유래 없는 난방비 폭탄의 참혹함이란

난로 위 주전자에서 물이 끓던 따뜻함이

더 이상 겨울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이란 것을 깨닫게 하였지

김 모락모락 호빵도, 봉지 가득 붕어빵도

이제는 고고고 물가에 큰맘먹어야할 사치가 되어 버렸으니

그래서 어른들은 옛날이 좋았다고 습관처럼 읊조렸던 것일까?


그래도 오르지 않고 인심 좋게 나누어 주는 것은

점점 더 오랜 시간 따뜻하게 내리는 햇살뿐이라네

겨울이 혹독하게 추워졌으니

세상이 혹독하게 배고파졌으니

봄만은 아낌없이 따뜻했으면


왈츠를 어떻게 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햇살 맞으면 몸도맘도 깨어나

발걸음 이리저리 저절로 움직여

봄의 왈츠 따라

가벼웁게 떠올라

춤추었으면

그렇게

다시

자꾸 봄

춤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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