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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r 23. 2023

약속이 취소되었습니다. 사유는 미세먼지

약속이 취소되습니다.

사유는 미세먼지.

겨우 미세먼지 때문에 약속이 미뤄진다는 것이 갸우뚱하기도 했으나 아무도 이의제기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했지요.

생각해 보면 미세먼지를 무릅쓰거나 미세먼지를 극복해야 할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때론 미세먼지 뒤로 숨고 싶은 날도 있는 이지요.

미세먼지에 가려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다행인 날도 있기 마련입니다.

미세먼지를 핑계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날도 있는 법이고요.

미세먼지 바람에 먼지가 되어 날아가 버리고 싶은 날도 있지요.

미세먼지처럼 불투명한 앞날에 오히려 미세먼지가 불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고요.


미세먼지가 나쁘다고 하는데 마음이 미세먼지 같은 날에는 미세먼지가 푸근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미세먼지의 일부분처럼 말이지요.

삶은 미세먼지가 아니라 맑은 하늘이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어요? 알고 보면 미세먼지의 일부분에 불과했던 것이 삶이었을 테니까요.


약속이 취소되었습니다.

사유는 미세먼지.

충분한 사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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