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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14. 2023

우리가 어떤 맛족입니까? 오차원 매운맛 민족이요!

feat 맛의 세계사

요즈음은 별의별 역사가 다 나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은 왜 왕이나 국가역사만 쭉 배워왔던 것일까요? 다양한 것들의 역사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배경이 되는 국가나 사건도 흥미 있게 다가왔을 텐데요. 그런 면에서 맛의 역사는 무척 먹음직스럽습니다. 현재 맛있는 에만 치중했지 그 역사에 대해서는 쉬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짠맛,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이런 대표적인 맛은 혀의 미각에 따라 당연히 존재하고 있었을 것 같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맛조차 오랜 역사를 가지고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바탕에는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원초적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가장 기초가 되는 짠맛조차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소금 간 조차 되지 않은 아주 심심한 음식을 먹었겠지요. 그런데 소금으로 간을 하고, 하지 않고는 맛이 천양지차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처음 소금을 낳어서 음식을 먹었을 때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서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아마도 소금 하나로 갑자기 별다섯 개 요리사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금은 아주 귀한 것이었지요. 한때 화폐와 같이 교환의 수단이기도 했고 바닷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었음에도 국가가 특별 관리하는 돈이되는 귀중한 품목이었습니다. 다른 양념이 없었을 때 소금이야말로 음식에 있어서는 원탑 귀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짠맛의 시대에 이어 이윽고 단맛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꿀은 역사적으로도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단맛의 공급원이었지요. 어떻게 꿀벌의 꿀을 다 뺏어먹을 생각을 해냈을까요? 꿀을 단순히 뺏어 먹는 것이 아니라 일찍이 아예 양봉을 시작한 역사를 보면 단맛의 유혹이 이렇게 무거운 것입니다. 꿀은 단맛의 대명사였지만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얻게 되면서 세상은 본격적인 단맛의 시대접어듭니다. 주식 말고도 달디단 디저트를 먹게 될 만큼 단맛에 푹 빠져들게 되지요. 단맛이야 말로 그 어떤 맛보다도 참기 어려운 유혹이었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아첨과 거짓 유혹을 귀에 달다고 표현할까요?


은 말은 귀에 쓰다고 쓴맛은 단맛과 대비되는 것 같지만 그보다는 좋은 약이 몸에 쓰다고도 하니, 쓴맛은 약이나 독과 관련이 깊습니다. 독과 약의 경계에 있던 것이 쓴맛이었으며 일일이 맛을 봐가며 좋은 쓴 맛과 나쁜 쓴맛을 구별해 내고 나쁜 쓴맛을 먹으면 죽지만 좋은 쓴 맛은 약효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데 성공하지요. 한편 쓴 맛은 처음에는 자연스레 거부감을 느끼게 되나 술과 커피와 같이 중독되는 느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술도 커피도 처음 먹었을 때 그 쓴맛에 이런 것을 왜 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씁쓸한 맛을 계속 찾게 되는 것은 그만큼 인생의 쓴 맛을 느낀 후 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단맛이 아이의 맛인데 비하여 쓴맛은 으른의 맛이지요. 물론 쓴 맛 위에는 단맛을 쌀짝 입혀 달콤쌉싸름한 맛을 동경하게 되기도 하지만 말이지요.


신맛은 상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처음에는 기피되는 맛이었지만 발효라는 마법이 더하며 발전한 맛입니다. 그래서 짠맛, 단맛, 쓴맛에 비하여 역사적으로는 더 진일보한 맛이라 할 수 있겠네요. 새콤상큼한 맛은 식욕을 돋우고 새로운 맛의 세계로 이끌게 됩니다. 어린아이와 나이가 많아지면 신맛을 싫어하지요. 그러므로 다소 이 자극적인 맛은 젊음의 맛인 동시에 영혼에 종소리를 울리는 듯한 보다 깊이 있는 맛인 것 같습니다. 아이셔 젤리를 무한 흡입하던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매운맛은 짠맛, 단맛, 쓴맛, 신맛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오차원의 맛입니다. 혀가 느끼는 맛이 아니라 통증에 가깝다고도 하고, 그래서 원래는 맛에는 포함되지 않았다지요. 그런데 요즈음 가장 뜨고 있는 맛의 역시 매운맛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가장 최근의 맛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에게는 고추장과 김치로 인하여 매운맛이 워낙 익숙하지만 고추가 신대륙에서 비로소 건너왔음을 기억한다면 역사적으로는 가장 최근의 맛이라고 할 수 있지요. 된장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것이 있는 반면 고추장과 김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을 보면 가히 우리는 매운맛의 민족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다섯 가지 맛에 더해 꼽은 한 가지 맛은 감칠맛입니다. 감칠맛은 동양의 장이나 서양의 소스에서 비롯된 맛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맛의 조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맛입니다. 이 감칠맛은 따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오늘날에도 계속 개발되고 있는 비법 소스의 숨은 공식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며느리도 모르는 맛의 비결이 바로 이 비법소스, 감칠맛이 아닌가 합니다.


역사에서 배우길 후추 같은 향신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대항해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하지요. 설탕이나 커피와 차를 얻기 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고 보면 맛을 얻기 위해서 인류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맛을 얻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였으니, 맛을 차지하는자 세상을 지배하었던 것이지요. 맛있는것 먹고자 하는 것이 곧 역사였다지요.


마침 블랙데이라고도 해서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춘장의 짠맛을 바탕으로 해서 건더기와 양념단맛과 여기에 고춧가루를 뿌려 먹으면 매운맛까지 더해, 그리고 단무지의 신맛까지, 짜장면이야 말로 감칠맛을 갖춘 음식이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흡입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것처럼 새로운 맛은 더 이상 없는 것일까요? 새로운 식재료가 거의 한정적인 것을 보면 그럴 것도 같지만 맛에 대한 인간 본연의 욕구로 인해 새로운 감칠맛의 역사는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먹고살자고 하는 것,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세상은 맛의 역사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듯하네요. 글을 쓰고 나니 맛난 것이 당깁니다. 글도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나 먹고 나면 더 잘 써지는 것은 기분탓이려나요?맛있게 먹으며 행복하게 살아요 모두!



맛의 세계사

한줄 서평 : 맛이 역사를 지배한 것이 맞네 (2023.04)

내맘 $점 : $$$

마야자카 마사카츠 지음 / 오정화 역 / 탐나는책 (2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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