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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28. 2023

달러($)라는 언어에서 알게 되는 것들

feat 폴 볼커 '달러의 부활'과 제롬 파월

늘도 환율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합니다. 환율이 뭐 중요하냐고요? 세종대왕 원화만 많으면 되지요. 그런데 외국에 여행이라도 가려면 환율이 무지 중요합니다. 마치 국어 말고 영어가 중요하게 느껴지듯 말이죠. 왜냐하면 더 싸게 환전을 해야 하니까요!


태초에 세상을 갈라놓는 것이 두 가지 있었으니 첫째는 잘 알다시피 각기 다른 언어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잘 모르시겠지만 환율과 통화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나와보니 똑같은 말과 언어를 쓰고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각기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지요. 별수 없이 영어 공부에 수년이 넘도록 매달립니다. 더불어 똑같은 돈과 화폐를 사용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각기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었네요. 천배가 넘는 비싼 달러로 바꾸어서 해외로 나갑니다.


이렇게 아주 불행히도 언어와 통화에도 주류가 있더군요. 영유(영어유치원)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을 시기였으므로 우리가 쓰는 언어, 즉 국어가 주류 언어가 아닌지는 처음에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주류 언어, 즉 영어를 국어보다 잘해야 진학을 할 수도 있고 취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는 절망했지요.


언어와 달리 원화라는 통화는 주류 통화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는 사건이 바로 있었습니다. 바로 IMF가 터지며 달러가 장땡, 아니 주류임을 뼈저리게 실감하되지요. 그리고 국어, 영어보다 더 강력한 언어, 즉 달러와 환율 같은 것으로 표시되는 숫자로 된 제삼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므로 국어, 영어보다 더 중요한 언어, 즉 수학이 입시를 좌우한다는 것을 역시 너무 뒤늦게 깨닫고 또 한 번 절망했지요.


통화에는 환율이라는 메커니즘이 뒤따릅니다. 통화간 언어이지요. 매일매일 시시 때때로 변하는 이 환율은 국어가 모국어인 입장에서는 영어만큼이나 골칫거리입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고정환율제라고 환율을 아예 묶어 놓기도  시절이 있었지요. 국어를 영어처럼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의사소통이 안되고 영어도 아니고, 국어도 아니고, 그러다가  어디라도 탈이 나면 의사소통이 안돼서 죽을 수도 있더란 말이죠. IMF  탈이 나서 피가 철철 넘쳐 흘렀단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영어를 쓰는 의사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을 지울 수 없지요. 달러가 없어 지금 놔두었으면 금금값이 되었을 금을 내놓으면서 말이죠

제롬 파월

이러한 환율이 요즘 다시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한화는 당연히 한국은행에서 관리하는데 요즈음 국은행을 더 유심히 바라봅니다. 한은이래봐야 결국 미국 연준이 정하는 금리에 그저 따라가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비주류 언어와 비주류 통화의 설움이지요. 그래서 연준의장인 파월이 이번에 무슨 글을 쓸까? 무슨 시를 내놓을까에 목을 맵니다. 왜냐하면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돈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 뉘앙스로 월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울고 웃기지요. 그의 을 읽고 또 읽고 문장의 아름다운 서사와 숨은 시적 의도를 분석합니다. 이쯤이면 최고의 작가는 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이라 할 수 있겠지요. 구독자가 어마어마할 겁니다.

폴 볼커

그 현존 최고의 작가 파월도 되고 싶은이가 있으니 그가 폴 볼커입니다. 인플레이터 파이터로 유명하며 미국의 달러를 인플레이션에서 구하고 이 최고의 작가 시스템을 만든이지요. 다시 인플레이션이 도래한 지금 파월은 말합니다. "폴 볼커가 되겠다!"라고, 아니 되고 싶어 하지요. 현존 최고의 경제 작가이자 시인 파월이 존경해 마지않는 폴 볼커는 과연 어떤 글을 썼을까? 궁금하기도 하여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보다는 환율과 달러라는 언어궁금해서지요. 환율은 언어와 마찬가지로 국제적 대화를 위한 소통의 언어이자 질서 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못해도 달러를 치켜들면 어디서든 다 알아듣고 알아서 해 준다니까요.


이러한 달러의 위상도 저물어 간다는 진단이 많습니다. 영어가 제국의 확장과 더불어 퍼져나갔던 것처럼 달러도 길트와, 파운드와, 금을 대신해 지금껏 시대를 풍미했지만 늙어가는 것처럼 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폴 볼커는 한때 그 달러를 수호한 수호신과 같은 사람이었지요. 금을 대신해 달러를 금의 지위에 올려놓았고, 플라자 합의를 통하여 도전하는 일본을 환율을 통하여 주저앉혔고, 인플레이션에 맞서 달러를 지킨 파이터였습니다. 그의 이 서사시를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원화와 우리의 환율은 어떨까요? 달러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더욱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요. 환율이 부쩍 올라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신호는 잠시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선진국에 진입할 것만 같았던 우리나라가 점점 주저앉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을 곧 뛰어넘을 것 같았지만 원화가 엔화의 위상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뼈아픈 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중국의 위안화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역시 미래에 그 위상의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이렇게 통화와 환율이라는 언어는 야속하게도 숫자로 그 차이를 여실히 말해줍니다. 푸른 세종대왕이 전 세계를 누비게 될 우리도 달러가 아니라 우리의 언어로 글을 쓰고 시를 읊을 수 있을 텐데요.

율곡이이를 흔들면 모든 게 오케이 되는 그런 날 말이죠.


CHANGING FORTUNES (달러의 부활)

한줄 서평 : 달러라는 그 숫자로 된 언어 (2023.04)

내맘 $점 : $$$

폴 볼커, 교텐 토요오 지음 / 안근모 옮김 / 어바웃어북 (1992 / translation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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