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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30. 2023

책의 초판본은 반드시 보관해 두어야 하는 이유

feat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경매 회사로 이름이 높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술품 경매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특화된 분야가 있었나 봅니다. 특히 소더비는 특히 책과 같은 고문서 경매에 강점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소더비의 창립자였던 새뮤얼 베이커가 작은 책방에서 고서적과 골동품을 판매하다 서적 경매에 뛰어들어 수완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참고로 소더비 뿐만 아니라 크리스티를 포함하여 가장 비싸게 팔린 텍스트는 무엇일까요?2021년 11월 소더비 뉴욕에서 낙찰된 미국 헌법이 그것이었습니다. 4,317만 달러(당시 한화로 약 520억원)로 한 장의 문서에 불과한 가격 치고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지요. 더군다나 원본은 미국 국립기록보관소에 보관되어 있고 경매에 나온 것은 각 주로 배달되어 승인을 받기 위한 사본 중 하나에 불과했는데도 말이죠.

미국 헌법

이 헌법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은 엄청난가 봅니다. 미국인들은 이 헌법이 미국 연합과 민주주의를 탄생케 한 존재로 믿고 있으니까요.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헌법의 경매에 콘스티튜션DAO라는 단체가 헌법을 국민에게 돌려주고자 공공모금의 형태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이더리움이란 가상화폐로 모금을 하였고 각자의 가상화폐 계좌에 토큰을 부여받아 낙찰 시 헌법을 어떻게 관리하고 전시할 수 있을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놀랍게도 두 달에 불과한 모금 기간에도 불과하고 1만 7천여 명이 이 모금에 참여하여 목표 모금액인 4,5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4,700만 달러(당시 한화로 약 560억원)의 모금에 성공합니다. 경매 예상가는 2,000만 달러였기 때문에 이 헌법은 공동 모금을 통해 국민에게 당연히 돌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단 한 사람, 헤지 펀드 시타텔의 창업자 켄 그리핀였지요. 레이스 끝에 콘스티튜션DAO는 다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낙찰 후 수수료와 운송, 보관료 등을 고려하면 더 이상 모금액도 감당이 안되었던 것이지요. 켄 그리핀은 예상가의 두 배가 넘는 다소 비싼 가격에 이 문서를 손에 넣었지만 그의 재산에 비하면 이 정도의 금액은 우스운 것이었습니다. 경매의 사례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현재 민주주의의 척도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모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시도가 있었던 반면, 한 사람의 힘이 자본주의를 통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 말입니다.

뉴턴의 불에 타다만 문서

이 밖에도 여러 고서와 책 들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것이 소더비 경매를 통해 나오고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매겨져서가 아니라 그 가치의 이면에는 스토리가 달리기 때문입니다. 그 스토리와 역사적 의의에 따라서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지요. 그것이 심지어 불에 타다만 아이작 뉴턴의 노트였다고 해도 말입니다. 불을 낸 것은 아이작 뉴턴의 다이아몬드라는 작은 개라고 하네요. 잠시 연구실을 비운 사이 촛불을 넘어뜨렸다고 하지요. 20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홀라당 태워 먹을 뻔 한 사건이었지만 이러한 에피소드는 경매를 오히려 더 흥미롭게 했다지요.

해리포터 초판

그러고 보니 책의 초판은 반드시 보관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아무리 무명의 작가라고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형편없는 글이라 해도, 누가, 어떤 글이,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소더비 경매에 오를지 모를 일이니까요. 글을 쓰게 된 이면의 에피소드도 기록해 두어야 할지 몰라요. 일례로 너덜너덜해진 J. K. 롤링의 해리포터의 초판본 조차 20,160파운드(당시 한화로 약3,300만원)에 낙찰된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누가 미래의 J.K. 롤링일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이 책도 1판 1쇄 발행 따끈한 초판본이네요.


PS : 며칠 전 쓴 "당신의 23쪽 4줄째 문장 찾기'의 '서면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큰 위험 부담을 지고 있으므로 그만큼 더 배려해 주는 룰이다"의 출처는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소더비가 전화 입찰자와 서면 입찰자가 동일한 가격을 제시했을 경우 전화 입찰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랍니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한줄 서평 : 다시 돌아보게 되는 문서와 책의 가치 (2023.04)

내맘 $점 : $$$$

김유석 지음 / 틈새책방 (2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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