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문소리가 주연을 맡은 퀸 메이커는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벌어지는 노동변호사 문소리와 재벌집 사위 류수영간의 흑색선전 대결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이 드라마는정치 드라마가 아니라 직장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본 대결은정치 선거전이 아니라 전 전략기획실장인 김희애와 은성그룹 회장인 서이숙이 벌이는 대결이지요.
문소리 vs 류수영 구도 보다는
10년 넘게 은씨 일가와 은성 그룹을 위해 사냥개처럼 일하던 김희애는 우연히 서이숙 회장 사위의 성폭행과 이로 인해 같은 팀 직원의 자살 사건에 엮여 강제 퇴사 하게됩니다. 아무리 유능하고 초인처럼 일한 직원이라도 한순간 내쳐질 수 있으며, 그러는 순간갑자기 범인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지요. 물론 그 자리는 실력이 좀 딸리더라도 욕망은 더 높은 후배에 의해 채워지게 됩니다.
서이숙 vs 김희애 구도
그런데 김희애는 열받은 나머지 감히 회사와 회장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합니다. 즉 지금껏 유능함을 회장을 위해 써 왔다면 그 능력을 반대편에 서서 사용해 보기로 하지요. 그러나 지금껏 그러한 시도가 없었을까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엄청난 한계가 있습니다. 회장에게 대항해 성공한 적이 없는 무모한 결심입니다.
그런데 이 판타지의 묘미는 바로 유능한 개인의 실력을 앞세워 그 조직과 왕에게 대항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총과 칼만 안 들었지 이 스토리는 흡사 무적의 베테랑 용병이 배신당한것을 깨닫고 조직이나 국가의 거대한 음모에 맞서 한바탕 뒤집어 놓고 통쾌한 복수를 벌이는 이야기와 흡사합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선악의 뻔한 대결을 그리고 있지만 그렇게서이숙과 그 재벌 사위 류수영이악, 김희애와 문소리가선이라고 이분법 지어 놓고 드라마를 보면 별로 재미없습니다. 그러나 유능한 직원을 함부로 잘랐을 때 벌어지는 최악의 경우의 수를 놓고 보면 꽤 흥미진진하지요. 그 능력이 반대로 회사에 칼 끝을 겨눴을 때 겪게 되는 판타지 때문입니다.
서이숙
유능한 직원을 함부로 자르는 경우는 허다 하지만 유능한 직원이 그렇다고 회사나 회장에게 칼 끝을 겨누는 경우는 흔치도 쉽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해도 그 회사는 그 유능한 직원을 잃음으로 말미암아 이미 기회를 놓치고 침몰해 가는 경우가 많지요. 최악의 경우의 트리거는 이미 작동된 셈입니다.
김희애
그렇다면 유능함은무엇일까요? 요즈음은곡학아세와 지록위마가 점점 유능함으로 비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요. 참 쉽고 좋은 시대입니다. 쓸게 뿐 아니라 심장과 뇌를 내놓고 살면 유능함이 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유능함의 척도가 된다면 이미 최악의 경우의 수가 작동하고 있는셈이지요. 그것을 막는 것은 진짜 유능함, 옳은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제정신의 유능함을 돌려놓는 방법뿐일것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유능한 김희애가 갑뿐 그 제정신을 차려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하였지요. 서이숙 회장의 패착은 그런 유능한 직원을 잘랐을 때 벌어지는 최악의 수를 맞은 것뿐입니다. 사람 보는 눈의 유능함이 아첨꾼들에 흐려진 패착이지요.안타깝습니다. 어제 자른유능한 직원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