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놀부흥부전
오늘은 도널드 트럼프 미쿡 대통령의 취임식입니다. 자국 대통령도 골치인데 미쿡 대통령까지 챙겨야겠냐만은 사정은 그렇지가 않지요.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우리나라가 완전한 독립국가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커서 보니 미쿡이라는 나라의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거의 속국에 가깝더라구요. 그나마 바다 건너 나라 같이 완전한 꼬붕은 아닌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 꼬붕 아래로 기어들어가 시다바리 되기를 자처하는 잘사는 꼬붕의 후예들이 많아서 놀랐지요. 그러니 이렇게 오야붕 미쿡 대통령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척하며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트럼프의 취임에 미쿡이 환호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쿡 밖의 전 세계는 기대보다는 공포가 훨씬 큰 듯합니다. 마치 저 또라이가 취임을 하자마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공포이지요. 그 공포는 그가 첫번째로 미쿡 대통령에 당선된 때 이미 경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때도 전쟁을 선포하며 전 세계를 대혼란의 시대로 몰고 갔었지요. 비록 그것이 무역전쟁이란 이름의 피 흘리지 않는 가상전쟁인듯 했지만 그 혼란은 가상이 아닌 실제의 오징어 게임, 죽음의 롤러코스트를 탔던 기억이 납니다. 미쿡판 만리장성을 쌓던일도 기억이 나구요.
이번에도 트럼프는 관세라는 무기를 앞세워 취임하자마자 한방 갈길 태세입니다. 전에는 주로 중국을 타깃으로 했던데 비하여 이번에는 우방이고 이웃이고 가리지 않고 오직 아메리카노 퍼스트만 주문하며 녹차고 홍차고 라떼고 에스프레소고 다 금지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지요. 이제까지 미쿡은 학급의 질서를 강조했던 반장을 자처했었다면, 트럼프는 반장은 재미없으니 그만두고 친히 일진이 되어 삥도 뜯고 껌도 씹으며 한탕 크게 혼자만 즐기려는 듯 보이지요. 꼬붕도 시다발이도 필요 없고 다 평등하게 삥을 뜯겠다고 이미 선포했고요. 아무리 친구라도 아구창을 씨게 날리는 모습을 보니 벌써부터 토할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진 놀이하다 퇴학 당했다가 다시 트럼프가 복학한 지금의 상황은 좀 다릅니다. 물론 덩치는 산만하고 휴학해서 나이도 많은 형이 동급생인 것처럼 위화감은 여전하지만 그때는 중국이라는 이짱이 반장의 권위에 고개를 들고 도전하던 시대였지요. 하지만 지금은 중국도 맥아리가 없고 다른 나라들도 헉헉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영국도 브렉시트로 체면을 구기고 맨날 졸고 있고, 유럽도 경기침체와 정치 혼란으로 떼를 지어도 트럼프를 상대하기 역부족이지요. 그나마 러시아가 예전보다 전쟁으로인지 운동으로인지 맵집이 좋아져서 삥을 뜯고 있지만 미쿡에게 다시 뺏기지 않으려 할 뿐 상대는 되지 않습니다. 이웃나라 꼬붕은 이미 배를 보이며 꼬리를 흔들고 있지만 꼬리가 빠질 듯이 털릴 것이고, 삥좀 뜯어야겠다는 우리 나라는 시다바리를 시키기도 힘들 정도로 대차게 넘어져 뼈가 으스러진채 뻗어 있지요.
이 정도면 트럼프가 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기는 좀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 그래도 혼자만 잘 사는데 더 잘 살겠다고 한참 꼬른 나이 많고 덩치 큰 부잣집 도련님이 가난하고 배고프고 불쌍한 얘들에게 삥을 뜯고 있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놀부 형님이 곡간에 쌀을 잔뜩 쟁여 놓고, 밥주걱으로 후려친 흥부 동생의 뺨에서 마저 밥알 한톨도 떼어먹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동화 보다도 더 잔혹한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이번 트럼프의 삥 수금은 계획처럼 그리 잘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미쿡의 환호와 기대가 가장 큰 함성이 되었다가 점점 실망과 눈물이 될 수도 있지요. 그때는 뭔가 미쿡이 빼앗긴 것을 찾아와야 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뺏어와 오직 미쿡만 잘 살고 나머지 전 세계는 이미 허덕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트럼프의 동생 머스크가 증명하듯 세계 최고 부자 넘버원 미쿡이 모양 빠지게 거지의 동냥하는 통의 동전을 빼앗으려 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 같으니까요.
특히 우리나라는 아예 자빠져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팔다리가 온전치 않아 걸음도 못 걷고 밥 숟가락도 못 올린 채 고꾸라져 있는 참혹한 모습인데다가, 그나마 이제 겨우 목발을 집고 힘겹게 다시 걷겠다고 애쓰고 있지요. 이런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며 박씨를 물어오라고 삥을 뜯으면 트럼프는 그야말로 놀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쿡은 악랄한 놀부 마누라가 되는 것이지요. 트럼프는 부디 놀부흥부전을 읽어보고 잘 생각하길 바랍니다. 제비 다리 부러뜨려 얻어 키운 박으로, 슬금슬금 박을 타니 박씨에서 무엇이 나왔는지 말이지요.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맞추어 특별히 전하는 축하 메시지입니다. 트럼프에게 미래를 알려주고 있는 예언인 동시에 옛 방문의 우정을 생각한 조언인 것이지요. 초청은 고맙지만 집에 바퀴벌레가 나와 잡느라고 가지 못했습니다. 몇 마리는 미쿡으로 어느새 탈출했던데 보면 돌아오지 못하도록 밟아 주기 바랍니다. 참석지 못하여 대신 놀부흥부전 동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