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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ul 14. 2023

참고 써야 하는 존재의 무거움

feat 밀란쿤데라 타계에 즈음하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저자로 유명한 밀란쿤데라가 엊그제 타계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밀란쿤데라'라는 이름뿐 아니라 그의 의 제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또한 워낙 유명한 문구이기에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기에 어려운 이름이지요. 그런데 유명한 그의  제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절대 까먹기 어려운 반면 책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일까요? 책의 제목만큼 내용이 어려워서 일까요? 아니면 책이 별로 재미가 없었던 걸까요? 설마 제목에 심취해 책은 읽지 않은 걸까요? 이래서 책을 읽으면 뭐라도 생각을 남겨놓아야 하는 것이라니까요.


다시 찾아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내용은 철학서 일 것 같은 제목과 달리 자유 분방한 연애서에 가깝습니다. 여성편력을 지닌 남자와 그 상대인 여자, 그리고 다른 여자, 그리고 그 여자에게 다시 한 상대방인 남자가 엮여 있지요. 단순히 정리하면 이들의 공통점은 결혼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다른 상대를 만나기를 반복하며 사건을 겪는다는 것과, 뭔가 깨닫음을 얻을만하면 갑자기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한 명은 살아남긴 했지만요.


그런데 단순히 네 남녀가 등장하는 배경에는 복잡한 국가라는 특수한 환경이 등장합니다. '밀란쿤데라' 원래 체코 출신인데 하필이면 그의 시기는  '프라하의 봄'으로도 알려진 소련의 치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불행히도 체코를 떠나 작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네 남녀의 가벼운 방황의 이유는 그러한 시대상과 맞물려 있을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소련의 속박 때문에 체코를 떠나 스위스로 떠났다가 다시 체코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사건이 전개되거든요. 물론 그들을 무겁게 압박하는 것은 그러한 체제하의 자유의 억압과 탄압이지요.


그렇다면 '가벼움'이라는 것과 '무거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가벼움' 쾌락을 쫓는 이 연애에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연애가 '가벼움'에서 시작한다면 그것은 점점 속박과 의무의 '무거움'으로 변해버리지요. 반면 소련 치하의 체코의 상황은 항상 짓누르는 '무거움'인 것 같지만 달리 보면 그것은 그리 무겁게 느낄만한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자유를 포기하고 순순히 따르면 '무거움'도 없을 일이니까요. 아예 체코를 등자고 가볍게 떠나 버리면 그만인 일인것을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문구가 계속 뇌리에 남음은 정말 '참을 수 없이 존재의 가벼움'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식민지 시대의 부활로 매국노득세하는 동시에, 그 아래에서 곡학아세, 지록위마가 최고의 능력인 것처럼 칭송받는 시대이지요. 참 가볍다 못해 둥둥 떠 다니는 그런 시대입니다.


거짓과 위선의 시대에는 차라리 글을 쓰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도 괜히 옳은 이야기를 했다가 가벼운 연애만 하기에도 벅찬 세상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어두운 상황에 처하기도 하거든요. 그럴 것이면 차라리 가벼운 연애만이 딱 맞는 시대이지요. 쾌락을 탐하고 자유롭게 연애하고 또 다른 상대를 탐하는 것이 시대에 부응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리러니하게도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시대에 글들은 더욱 무겁고 더 탄탄하게 탄생한다는 것이지요. 도리어 무거움의 시대에는 글은 가볍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일까요? 글이란 원래 그 시대와 반대편에 있는 '추' 같은 것일까요? 그래서 기득권에 서지 못하고 꼭 정 맞는 돌이 되고 마는 것일까요?


지금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시대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야 하는 무거움"의 시대일까요?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때는 그 '가벼움'과 '무거움'을 알기에는 아직 어렸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지요. 시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 그래도 '참고 계속 써야 하는 존재의 무거움'이 존재한다는 것을요. 그냥 가벼운 쾌락만 쫓고 싶더라도 그렇게 결론 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한편으로는 그리 무겁게 생각한 것도 지나고 보면 한낱 날아가는 새털과 같아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한없이 가벼운 것이었다는 것도요. 그러니 가볍게 연애나 할까요?아니 주식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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