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Jul 21. 2023

팜므파탈 '치즈'녀

feat : 세상 거의 모든 치즈

'치즈'처음부터 좋았습니다.

'치즈'하고 사진을 찍을 때부터 웃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고,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었을 때도 생쥐의 생존보다는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에 더 관심이 갔으니까요. 버거는 역시 치즈버거가 제일 맛이 있었고, 최애 김밥도 물론 치즈김밥이지요.


그러므로 온통 치즈를 사정없이 뿌려댄 것 같은 피자는 다른 이들이 느끼하다고 멀리 할 때도 홀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치즈 색깔 냥이도 좋았고 치즈 떡볶이의 등장은 퓨전의 극치였지요. 게다가 치즈 케이크를 맛보았을 감탄하며 '치즈'로 만든 극강의 맛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들이 무슨 '치즈'로 만든 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치즈'는 처음부터 사랑이었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만난 '치즈'는 겨우 대부분 슬라이드 치즈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크림 치즈며, 리코타 치즈며 뭔가 더 고급스러운 치즈를 자꾸 만나게 되니 다시 치즈의 매력에 빠져듭다. 그러다가 호텔 뷔페 같은데 보면 드디어 각종 치즈를 조각조각 잘라 나온 더 퀄리티 높은 '치즈'를 맛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와인과 먹으니 일품이더라고요.


외국에 나가보니 이 '치치즈'를 찔끔 조각이 아니라 덩어리째 만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둥근 모양으로 조각 케이크처럼 쪼개서 포장하여 팔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직까지 케이크만 한 온전한 덩어리 치즈는 물론이고, 조각케이크 만한 치즈조차 사본적은 없지만 저 둥근 덩어리는 오리지널 '치즈'가 분명했으므로 이 '치즈'녀의 집안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진짜로 그런 치즈의 거의 모든 것이 설명되어 있는 듯합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 '와인'을 읽을 때처럼 기억하는 것은 포기하였지만 그래도 짝사랑에 가까웠던 '치즈'에 대하여 좀 더 알고 나니 외국인으로만 보였던 이 '치즈'양과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도 생깁니다. 일단은 조각케이크 크기 정도의 치즈에 와인을 곁들인 느끼한 말투로 사랑을 고백해 볼 용기를 얻게 된 것이지요.

'치즈'라는 것은 한편으로 '된장'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둘 다 신기한 것이 발효와 숙성을 원리로 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발효를 통해 김치와 된장, 고추장을 만들 때 그들은 바로 '치즈'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환경에 맞는 최상의 발효 음식을 제조해 온 것입니다.


이런 '치즈'의 전통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자부심 있는 치즈의 맛과 브랜드를 만들어 지금의 '치즈'를 소개해 준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에 비하면 대기업 된장과 고추장은, 같은 발효와 숙성이라는 전통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담그는  된장과 고추장보다는 훨씬 못한 맛으로 겨우 식단을 커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덕목이지요. '치즈'녀 보다 결코 빠질 없는 '된장'녀를 떳떳이 소개해 주지 못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알고보니 불행히도 지금까지 먹어보거나 이름이라도 들어본 치즈는 이 책의 전체의 십 분의 일 페이지도 안될 것 같네요. 그동안 '치즈'에 대한 사랑 고백은 참 얄팍한 슬라이드 치즈 한 장 같은 사랑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다행힌 것은 그만큼 '치즈'에 대한 무궁무진한 신대륙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수많은 또 다른 '치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사랑의 기회가 아직 너무 많이 남았으니까요.


기회가 된다면 블루치즈라고 부르는 푸른곰팡이가 핀 치즈에 도전에 싶은 생각이 듭니다. 군데군데 에메랄드푸른빛이 도는 '치즈'는 기에도 맛보기에도 신비로울 것 같거든요. 당장 마트에 '치즈' 원정대를 꾸려야겠어요. 더 이상 슬라이드 치즈와, 피자에 만족할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적어도 생쥐가 '치즈'를 좋아하는 것보다 더 '치즈'를 사랑해야겠다고 여겨봅니다. 그런데 막상 생쥐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나 '톰과 제리'의 제리 때문에 오해를 낳아서 그렇지 정작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다른 먹을것이 있으면 '치즈'는 거의 안먹는다는데요. 그래서  다행이지 뭐예요. 발효와 숙성의 깊은 맛을 생쥐가 인간처럼 쉬 사랑할 수 있는 맛이 아니어서요. 그렇지요. 한번 빠지만 헤어 나올 수 없는 그것이 '치즈'의 맛인데 말이지요. '치즈'라는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 때 처음부터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운명처럼 알았다니까요. '팜므파탈' 같은 맛과 향기와 색깔의 치명적 '치즈'녀였으니까요.


세상 거의 모든 치즈

한줄 서평 : '치즈'는 처음부터 좋았다니깐 (2023.07)

내맘 $점 : $$$

박근언 지음 / 미니 (2021. 12)




매거진의 이전글 리츠(REITs) : 과자 말고 부동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