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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05. 2021

그런데 '보통'이 미술을 아나?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 '크고' '무거운'데 나 '보통' 이라구 '알랭 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지요.

우선 책의 크기가 무지하게 큽니다. 보통 책의 두배는 되는 크기예요. 게다가 그림이 실린 빳빳한 종이로 말미암아 무겁기는 또 얼마나 무거운지요. 그러므로 책 가격도 꽤 나가겠지요.

그래서 큰맘 먹지 않으려면 "나에게 접근조차 하지 마!" 이런 경고를 만나자마자 날리고 있는 것 같았지요.

뽑아들었다가도 크기와 무게와 가격에 눌려 도로 내려놓아야 할 판이었어요.


그런데 책의 제목에는 '알랭 드 보통'이라는 미사여구를 달아 놓음으로써 "나 보통이라구, 맞아 니가 아는 그 알랭 드 보통", "그런데 그냥 지나가겠다고? 여봐? 읽긴 읽어야 하지 않겠어?"라는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었습니다.

그래 '보통'하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시작해 '일의 기쁨과 슬픔'을 남겨주었던 익숙한 이름이 아니었던지요?


$ 그런데 '보통'이 미술을 아나?


그래서 심호흡 한번 하고 이 크고 무거운 책을 뽑아 들게 된 것이었으니...


역시 좋았던 점은, 미술에 관한 책은 거의 이쪽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마련이고, 그래서 전문적이긴 하나 고유의 레퍼토리가 있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미술과 관련이 별로 없을 것 같은 보통의 사람, 그런데 보통이 아닌,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아주 새로운 관점으로 미술 작품을 보고 있다는데' 포인트가 있게 됩니다.


이를테면 미술 작품은 누구누구에 의해 그려졌으며, 역사적 배경은 무엇이고, 그 작품을 후원하게 된 배경과, 그 그림이 진품인지 가품인지에 대한 관심사, 또 작자의 유파나 작자를 둘러싼 배경이 그 이야기의 주를 이루게 되지요.


그에 비해 '보통'은 미술 작품을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그리고 그런 감정을 모아서 그림을 나누고 전시하는 것을 제안하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작품 전시의 세계가 지극히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하는 화자의 입장이 아니라, '미술관이 그림을 보고 듣는 청자의 입장에서 설 것'을 이야기 하지요.

그리고 것이 바로 예술의 '목적'이자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예술의 목적, 글쓰기의 목적


'예술'이라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아무 쓸모가 없거나 아무것도 생산해 내지 않는 '잉여'에 해당할 수도 있지요.

그림은 보는 이에 따라 그냥 그림일 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수도 있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에요. 가끔은 이렇게 뭘 끄적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나요?


그런데 '보통'은 이 예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어쩐 역할을 하는지에 대하여, 즉 예술의 목적에 대하여 이야기 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보통'의 독특한 문체와 맞물려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지요. 아주 길게 말입니다.

이 '보통'의 문체는 문장 하나하나가 아주 길고 수식어가 많아서 읽기가 쉽지 않은 면도 있지요. 그래도 그 긴 문장들에는 매우 짜임새가 있어서, 집중력을 요하긴 하지만, 차근차근 페이지를 넘겨 간다면 '보통'만의 문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점도 다시 '보통'을 선택하게 되는 마력이지요.


 이것은 그림 전문가가 아닌 다른 시선, 글을 쓰는 사람의 시선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하여튼 지금 까지 관심 있게 봐 왔던 다른 미술 작품들까지도 다른 해석을 들을 수 있는 점은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거기에는 일반적으로 미술에 관한 책이 그림이 주가 되고 설명이 부가 되어 따라가는데 비해, 이 책은 저자의 글이 그림을 오히려 이끌어 가고 있는 탄탄한 긴장감이 있어서 색다른 미술책이 되지요.


무엇보다도 이렇게 크고 무겁고 긴 문장의 책을 단지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지는 기분이지요. 이런 '보통'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예술은 어떻게 우리를 치유하는가)

한줄 서평 : 미술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책! (2021. 06)

내맘 $점 : $$$$ (보통의 길고 수식어가 많은 문체의 맛을 좋아한다면)

알랭 드 보통, 존 암스트롱 지음 /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20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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