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작품씩 90일 동안의 자유여행을 권장하고 있었지만은, 현실은 길어야 보름 정도의 패키지여행이지요. 실제로는 보름도 길었습니다. 다른 책들이 쌓여 있어서 마음이 바빴는지 이틀 밤 동안 고속 패키지여행을 마쳤지요. 언제 90일 동안 여행하며 찬찬히 작품 하나하나를 마주할 날이 올까요?단 책은 너무 오래 읽고 있으면 감이 떨어집니다. 길어야 보름, 며칠만에 읽는게 좋지요.
'책은 신선하고 읽겠다는 의지가 따끈따끈 할때!'
유럽 패키지여행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었지요. 가이드나 도슨트로부터 들었던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 오버랩되며 이해를 도왔습니다. 특히 저자들이 도슨트이기에 그 설명하는 방식이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행 중 도슨트의 설명은 재미있기는 하나 여행객에게는 좀 압축 적이고 극적인 부분 위주로 전달되지요. 그림에 대해 깊이 느끼고 접근하기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보고 지나가야 하는 제약이 있기 마련이에요. 아마도 이런 제약 때문에 하루에 한 작품씩 90일에 걸쳐 천천히 읽기를 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처럼 여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책을 통한 미술 여행이 그만인 상황이지요. 그림들은 여행객들에게 손짓을 합니다. '여행 중 스쳤던 그림들은 또 날 보러 오라고', '아직 마주하지 못하고 책에서만 봤던 그림은 잊지 말고 꼭 나를 보러 오라고' 유혹이고 아쉬움이지요.
$ 미술 감상 vs 사람 감상
해외와 미술관에 가지 못하니 국내에 박물관을 찾아갑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만나는 것은 그러나 '그림'이라기보다는 '사람'이지요. 물 반 고기반, 그림반 사람반, 아니 물보다 고기가 더 많습니다. 그림보다 사람이 훨씬 많지요.
한 작품 당 열 사람, 아니 백사람도 더 붙어 있지요. 개미들이 맛있는 비스킷을 발견하고 마치 옮기려는 듯 말이에요.
그런데 한동안 박물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코로나 덕분이기도 하지요. 거의 독점 관람이었습니다.
박물관에서는 내가 차지하는 공간의 부피만큼 여유와 상쾌함을 줍니다. 독점 관람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여유와 상쾌함이지요. 이 궁전의 주인이 된 기분입니다.
한 작품당 백 명이 아니라 한 사람당 백 작품이 시선을 끌기 위해 이제 말을 건네지요. '나 먼저 봐줘 나 먼저 봐달라고?'
'알았어 알았어 천천히 볼게 여기 먼저 보고'
영화도 아침 일찍 보았던, 영화관을 거의 세 내는 것 같았던 독점 관람을 좋아했었지요.
코로나 덕분에 역시 잠시 그러한 때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가 있을까? 했던 때였지요. 크나큰 극장을 단독 관람. 재벌 부럽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이른 아침이라도 그러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다 때가 있는 법이지요.
$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요.
그러나 저러나 여행은 언제 갈 수 있을까요? 그림은 언제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요? 그때쯤이면 다시 여행객들도 몰려들겠지요. 다시 사람 구경이겠군요. 모나리자 앞에 모여든 수많은 인파들을 생각하면, 작품을 감상하는 건지 사람을 감상하는 건지 몰랐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