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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21. 2021

도시의 미래 : 지옥에서 천국으로

도시의 자격 (도시계획학 1 : 역사)

$ 도시 친화적 vs 자연 친화적


미세먼지가 그득한 도시의 낭만적인 아침을 맞은 김에 더 '도시' 이야기를 더 해 봅니다.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저는 철저히 전자에 속한 편이지요. 나이가 들면 점점 시골로 가서 살고도 싶다 하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 수록 그 반대이지요. 귀향 본능이 아니라 귀도 본능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올리면 도시의 건축물이나 네온사인이 등장하기 일수고, 큰 건물들을 산 삼아 오르고 아스팔트 길들을 강 따라 달리지요. 아직도 사람이 부쩍거려야 안심이 됩니다. 심지어 미세먼지마저 낭만으로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그에 비하면 저와 반대의 성향의 분이 계십니다. 원래 시골 출신인 그분은 은퇴 후 전원주택을 꿈꾸지요. 주말이면 산과 들을 찾아 돌아다니고 그 사이에 먹는 가정식을 좋아하지요. 사진도 꽃이며 열매며 풀이 무성한 산이며 강이 대부분입니다. 흙을 일구는 것을 꿈꾸고 나무와 풀을 사랑하지요. 도시에 머무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인 듯합니다.


개취이니 좋고 나쁨은 없습니다. 다만 도시를 떠나서 살고 싶으냐, 도시에서 더 잘 살고 싶냐 뿐이지요. 어떤 쪽에 속하시나요?


$ 지옥과 같았던 도시


도시는 여전히 팽창하고 사람들은 모여들고 있지만 사실 도시의 출발은 그리 좋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일과 먹고살기 위해 몰려들었을 뿐 기반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지요. 거리와 하천은 오염물로 넘쳐났고 도시민의 대부분은 빈곤층이 차지하였습니다. 비좁은 공간에 몰려 있었으니 좋을 리가 없었지요. 밀집되고 오염된 환경으로 도시는 지옥을 방불케 하였습니다. 도시민의 삶은 쓰레기 더미나 하수구에 몰려든 쥐들과 다를 바 없었지요. 다만 궁궐이나 귀족이 사는 아주 일부 공간만 제외하고요.


그래서 조선시대의 서울을 묘사한 서양인의 기록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제대로 된 도로가 아닌 정말 자연적으로 생겨난 울퉁불퉁한 길들에 거리에는 쓰레기와 배설물이 넘쳐나고 그 주위에 자리 잡은 집 또한 초가삼간이 대부분이어서 사람이 살 환경이 전혀 아니었다지요. 그냥 난민이 집결한 곳이 도시였습니다. 여기에 전염병과 오염은 덤으로 삶의 일부였었지요.


$ 공공의 도시


도시가 그나마 사람이 살만한 환경을 갖추고 오늘날처럼 도시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지요. 그것은 최악의 오염과, 최악의 전염병, 최악의 조건들을 모두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이 도시를 개선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누군가가 하게 되면서부터이지요. 물론 그 누군가가 왕은 아니었습니다만.


비로소 공공의 개념이 생겨나고 나서 대규모 정비와 기간 시설을 갖추면서 이 거대한 지옥 사전 체험 시스템은 그나마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리고 나아가 천국의 모습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지요.

도시는 자연적인 정화의 범위를 벗어난 곳이기에, 이러한 공공 시스템이 없이는 쓰레기 행성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자연의 입장에서 본다면 도시는 인간이라는 극악의 오염물질이 극도로 밀집된 최악의 구역임에 분명했고, 그에 비하여 전염병에게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천국이었지요.


$ 한강의 회색 줄


모로 가도 서울이라곤 하지만 서울의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한강변으로 쭉 둘러싸인 저 강변도로가 문제라는 생각을 곧잘 합니다. 개발 시대의 산물인 한강변 도로는 강변에 도로를 놓음으로써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이동을 편리하게 하였지요. 하지만 오늘날에 있어서는 서울의 가장 중요한 자연 자원인 한강으로의 진입을 방해하고 자동차 배기가스란 오염원을 제거하기도 힘든 서울의 최악의 시설물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탁 트인 강변을 낀 외국의 도시들을 가보면 더욱더 강하게 이 도시의 문제점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도 한강변 아파트는 조망권으로 인하여 가격이 천정부지지요. 과연 그 위에서 콘크리트 회색 도로로만 쭉 이어진 한강변 바라보는 것이 낭만적이기만 할까요? 미세먼지까지 그득하면 더욱 신비로울까요?

이것은 마치 먼진 풍경화 위에 포스트모더니즘 사선 두 줄을 쫙쫙 그어놓은 작품처럼 보이네요.

작품을 훼손하지 않고 저 회색 줄을 제거하기란 한참 요원해 보입니다. 한강변의 이 도로를 걷어 내고 과연 서울은 원래의 풍경화로 복원될 수 있을까요?


$ 게임과 메타버스


도시계획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이 아닌가 싶네요.'심시티라'는 게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게임에서도 도로와 건물은 도시 건설의 필수적 요소이지요.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고 공원도 지어주고 환경도 쾌적해야 시민들이 환호하고 세수도 오르지요. 반대로 오염 시설이 들어서기라도 하면 시민들이 난리이지요. 시위에 방화까지 하고 세수는 뚝 떨어집니다. 경찰서, 소방서 같은 치안과 안전에 관한 시설도 중요하지요. 부족하면 범죄와 화재가 증가하고 역시 게임이 유지되는 머니를 얻기 힘들게 됩니다.


도시의 팽창에는 한계가 있고 그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사람들도 더 이상 모로 가도 서울이라는 생각은 바뀌어 가는 듯합니다. 저와 달리 자연 친화적인 사람들이 늘고 있기도 하지요. 다만 이 도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엄청난 아파트 값이 자력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뿐일 수도 있겠지요.


부족한 공간에 도시계획은 이 게임처럼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릴듯 합니다. 가상의 공간에 새로운 공간과 도시를 창출하는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아직도 너른 자연을 놔두고 그런다는 게 이상하겠지만, 자연이 있을 때 도시도 있는 것이겠지요. 그나마 남아있는 자연은 그대로 놔두고 도시를 다시 짓고 가상의 공간으로 넓혀 가는 것이지요. 자연이 사라진다면 도시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을 것이니까요. 저 같은 도시민에게도 말이지요.


그때 되면 저 한강에 난 두 줄도 사라지고 온전한 풍경화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도시의 자격 (도시계획학 1 : 역사)

한줄 서평 : 도시, 지옥의 사전 체험장에서 천국행으로 (2021.07)

내만 $점 : $$$

강명구 지음 / 서울연구원 (2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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