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자녀가 '왕의 DNA'를 지녔다며 선생님께 갑질을 한 교육부 사무관의 표현력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신박한 막된 표현들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인지혀를 내두르며 당장이라도 '스토리 크리에이터'로추천하고 싶었습니다. 그 엄청난 상상력에 당장 '작가'라는 타이틀은내려놓고 펜을 꺾어야 할 위기에 직면한 듯싶었지요.
담임선생님께
지시 명령투 보다는 권유 부탁의 어조로 사용해 주세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식으로 말하면 아이는 분노만 축적됩니다.
왕의 DNA 편지 중 일부
당장 응용해 보아야겠어요.
면접이나 회의 때 사용해 보는 것이지요.
회장님께
지시 명령투 보다는 권유 부탁의 어조로 사용해 주세요.
왕의 DNA를 가진 사원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식으로 말하면 직원은 분노만 축적되고퇴사합니다.
군대에서는 다소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단장님께
지시 명령투 보다는 권유 부탁의 어조로 사용해 주세요.
왕의 DNA를 가진 병사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식으로 말하면 쫄병은 분노만 축적되고탈영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응용을 넓혀가며 빵터져 웃었지만 이것이 단순히웃을 일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권력 있는 공무원의 일탈이 아니라 이것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왕의 DNA'와 같이 대놓고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힘과 권력과 부를 가질수록 정말 나는 너희들과는 다른 '왕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나의 자녀도 그대로 '왕의 DNA'를 물려받아 태어났으므로 내 자녀만 귀하다는 생각입니다.그리하여 왕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상대를 업신여기고 폭력을 행사하고 짓밟아도 너무나 당당하고 부끄러움조차도 모른 체 사과조차도 하지않는 짐승 같은 인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왕의 DNA'를 지녔다고 여기는 자들이 마치 좀비처럼 여기저기 창궐하고 있음이오늘날 큰 사회적 현상입니다.
그런데 왕의 DNA란 것이 어디 있겠어요? 그것이 바이러스처럼 퍼져 사회를 위협할 때 그 DNA는 오히려원시와 야만의 짐승의 DNA일 수밖에 없지요. 본능대로 행동하고 힘으로 억누르려는 인간 이전 짐승의 DNA라고 불러야겠지요.
그 조그마한 권력을 가지고 왕처럼 군림하려는 생각, 바로 인간의 DNA가 고장 난 것입니다. 흑사병 같이 뿌리 뽑아야 할 전염병이지요. 한번 물리면 공격성을 보이고 달려들어 물어뜯고 보는 심각한 좀비 DNA가 퍼진 것입니다. 치료받으셔야 해요. 치료가 어려우면 더 이상인간이 아닌 짐승에겐살처분이있을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