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 드라마지만 드라마 작가에 관심이 더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막장 드라마가 특히 그렇죠. 이 막장이라는 것이 현실과 실현되기 어려운 상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것인데 그 줄을 잘 타면 명작이요 잘 못 타면 떨어져 망작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7인의 탈출은 대놓고 개막장을 시전 하였지요. 마치 "작가 네가 상상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듯이 처음 죽고 죽이는 무인도 막장씬에서는 그럴듯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 나중에는 줄뿐만 아니라 아예 정신줄을 놓고 한없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시청자를 속여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 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반전의 반전의 반전, 지금까지 써 내려온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한번 다시 한번 더 꼬아 주려고 했더니 아예 줄이 꼬아져 숨이 "컥" 막힌 격이었지요.
드라마를 보아야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매튜(엄기준)가이휘소가 아니라 심준석, 즉 K가 되면서부터 이 드라마는 꼬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설정도 과했는데 더 큰 것을 보여주려 하다 보니 개연성이 급격히 추락하며 완전 뒤죽박죽이 된 것이지요. 이러한 두세 번 뒤집기 설정은악인 7인과 방울이 가족의 대결 또는 복수 구도에서 방울이 가족은 모두 몰살시키며 어이없이 7인과 매튜라는 악인과 악인의 대결도 아닌 협력도 아닌 아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글을 쓰거나 읽다 보면 너무 벌여 놓았다가"아차" 싶어 성급히 마무리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앵 갑자기 이게 뭐야?"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지요. 아무리 결론부터 말하는 두괄식 세상이고, 제목으로 어그로를 끄는 것이 중요하다지만결국 망작과 명작의 차이는 마무리, 미괄식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배에 힘을 꽉 주고 끝까지 글을 유지할 수 있어야 시원하게 용변이 완성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글이나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는마찬가지라고요. 화려한 용두사미는 실망만 크고 차라리 사두용미가역주행이라도 할 수 있는것이겠지요.
아마도 시즌2 후속 편을 염두해 둔 듯한데 이래가지고는 후속편은 제작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이미 다 흘려버린 물을 주워 담기는 힘들어 보이거든요. 아내의 유혹, 펜트 하우스 등 수많은 막장주옥 드라마를 써온 작가를 쉬 평가할 위치는 아니겠지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작가가 만드는 세상은 한없이황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없이 참담할 수 있다는 사실을이번 드라마를 통해 되새겨봅니다.혹시 작가도 벌써 "이번 드라마는 쥐어 짜내느라 너무 힘들었어, 그런데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하고 반문해 보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 반문이 더 나은 글을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요. 페인 포인트는 팬트하우스에서도나왔던 매튜(엄기준)에게 너무 힘을 쏟은것이었다! "쓰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