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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26. 2023

"헤이 일론 머스크, 두 유 노우 막장?"

feat 일론 머스크 하드코어

스티브 잡스

윌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책이 나왔을 때 누구보다 먼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꽤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정신없이 단숨에 읽었지요. 드라마틱한 그의 삶과 업적은 경탄과 탄식이 교차하며 그렇게 읽힐만했습니다. 그리고  책은 영구 보관 하고 휴대폰을 당장 아이폰으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그가 맘에 들었거든요. 특히 저 동그란 테 없는 안경이 무척 그랬습니다.


일론머스크

구도가 스티브 잡스와 거의 비슷한 책입니다. 작가도 윌터 아이작슨으로 같지요. 심지어 옮긴이도 같습니다. 다만 국내 출판사는 다르더군요. 표지에 얼굴 사진이 똑 같이 커다랐게 실렸습니다. 다만 잡스가 나이 든 생의 후반의 사진이라면 머스크는 다소 젊었을 적 생의 전반의 사진을 택한 듯하네요. 엄청난 책의 두께도 비슷합니다. 가만 보면 잡스가 9백 페이지가 넘고 머스크는 7백 페이지가 넘어 잡스의 스토리가 더 길긴 합니다. 과연 머스크잡스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책을 다 읽고 나면 테슬라 전기차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까요? 그보다는 애플 주식을 사야 했었지요. 테슬라 주식은 아직 사지 못했습니다만 결국 사야 할까요? 글쎄요, 일단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다만 잡스는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할 즈음 책이 구성된 반면 머스크는 아직 멀쩡히 살아서 업적이 마감되지 않은 아직 진행형에 있다는 점이 차이랄까요.


생또라이

"미친놈 아니야?", "생또라이일세" 책을 읽으며 이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는 미친놈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그의 또라이 짓을 보고 있노라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매우 흥미진진해집니다. 왜냐하면 안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밖에서 보면 희극이기 때문이지요. 그와 함께 일한다는 것, 아니 그의 노예가 되어 열정을 불태우는 불나방이 되어 보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닐 듯합니다. 그는 밤낮과 주말, 휴일이 따로 없으며 마치 지구 종말을 앞두고 화성 이주를 위해 정신없이 일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와 일하다가는 화성에 도착하기 전, 아니 지구가 멸망하기 전 벌써 개인의 삶은 종말을 고할 듯싶습니다. 그리고 화성에는 오직 일론 머스크 그의 이름만 남겠지요. 한때 외계인설이 돌기도 했으나 확실히 책을 보니 천방지축 그가 지구인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드코어 & 리스크테이킹


그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이 책은 '하드코어''리스크 테이킹'을 표방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유행했던 '열정'이 아니라 '하드코어'일까요? 이 두 단어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에게 있어서 이건 완전히 다른 개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열정이 전혀 리스크를 테이킹 하지 않는 무능력, 무보수성의 열정인데 비하여 이 하드코어는 리스크를 극도로 테이킹 하는 극능력 극성과보수성의 도박성 초열정 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는 회사의 조직문화 라던지 리스크 같은 것도 싸그리 무시 합니다. 인사조직은 그에게 잉여의 가장먼저 처단해야할 조직으로 보이지요.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자들은 바로 아웃입니다. 그는 과연 파괴자 일까요? 혁신자일까요?


남아공 출신의 궁예

그래서 열정적으로 보스를 위하여 시간만 죽이고 성과도 보수도 없는 열정은 그에게 있어서는 쓰레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더군다나 이 하드코어는 대주주이자 경영자인 머스크 자신이 솔선수범 한다점에서 여느 방식과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대주주나 경영자는 자신은 아무런 열정을 보이지 않으며 열정을 강제하곤 하지만 머스크는 그 야말로 공장 바닥에서 자고 먹고 일하는 미친 초 하드코어의 극체이지요. 이쯤에서 궁예가 생각났습니다. 관심법으로 직원들을 살피고 코딩 실적에 따라 바로 철퇴로 해고를 명하는 무시무시한 군주의 모습이었거든요. 부인도 많고 자식도 많은 것이 중세가 더 어울리는 교황에게 대드는 혁명의 군주 스타일입니다.


스파르타

"그도 무시무시한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흔히 말하겠지만 이번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릴 것 같습니다. 그가 태어난 곳은 미국이 아니라 남아공이었는데 어릴 적 그곳은 그에게 있어서 전투의 현장이었지요. 늘 싸움과 위협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살아남은 게임을 하였고, 그의 부친은 학대를 일삼았던 파렴치한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환경이 그의 천재성과 결합된 그의 능력의 원천이 되었는데 참으로 다크한 력입니다. 몰아붙이고 참지 않으며 때려 부수고 도전하는 게임 세계와 같은 어두움과 전투를 동력으로 삼는 좋은 예에 해당하긴 하지만 그와 스파르타가 되어 함께하는 300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입니다. 게다가 부하의 죽음, 사직  해고 따위는 전혀 슬퍼하거나 연민을 느끼지 않을 절대 철의 군주지요. 그러한 그가 AI가 인간의 문명을 말살할까봐 우려하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테슬라, 스페이스X, 보링컴퍼니, 뉴럴링크, 트위터까지 기업의 이름만 대도 알만한 그의 혁신적인 업적은 이미 완성형에 가깝지만, 그의 여전히 왕성한 활동성으로 볼 때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그러므로 아직까지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 하지요. 잡스가 그의 사후에도 실적은 잘 내고 있지만 아이폰에서 멈췄다면, 머스크의 미래는 잡스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여전히 가까이서 진행 중인 2023년의 상반기 정도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러므로 그 이후의 사건은 자연스럽게 책의 연장선이 될 것이지요. 특히 트위터를 인수하고 많이 갈팡질팡 하는 모습의 결론이 어찌 될지 궁금합니다. 스타쉽을 쏘아 올리는 것도 그 와중에 한 번의 실패를 더했습니다. 과연 이 막장 드라마는 성대한 파트2를 책으로 찍어낼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이 책은 '스티브 잡스'처럼 영구 소장할 정도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후 행보에 따라 그도 성인이나 선지자의 반열에 들 수도 있을 것이고 파트2에 이르러 속편이 발간되며 비로소 이 책은 잡스 그 이상의 위치를 점할 수 있겠지요. 한편으로는 여전히 과도한 리스크테이킹으로 한 번에 말아먹고 그의 이름은 궁예가 될 수도 있겠지만요. 특히 1971년생인 쉰이 넘은 그의 나이를 생각할 때 여전히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고 고강도의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받쳐주는 게 놀랍습니다. 그가 선택한 장르가 바로 막장 하드코어인 까닭이겠죠. 욕하면서도 보게되는 드라마 같다할까요.


그가 꿈꾸는 세상은 크나큰 변화와 도전과 우주의 세상이긴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서 막장 하드코어 드라마가 되면서 좀 더 세상이 좀 더 재미있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안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밖에서 보면 희극이거든요. 그는 누구나 탐낼만한 하드코어형 인재지만 그렇다고 누구 밑에서도 일하지 않으려 하고 제 멋대로 하는 인간이지요. 그를 진심 직원으로 두고 싶습니다. 그는 그렇게는 절대 일하려 하지 않고 그 자신이 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겠지요. 그것이 바로 이 생또라이와의 시대와의 부조화인 동시에 즐거움이겠지요. 

"헤이 일론 머스크, 두 유 노우 막장?"

"막장 이즈 하드코어"

그는 그것을 진심 즐기는 것 같았거든요.



일론 머스크 Elon Musk

한줄 서평 : 안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밖에서 보면 희극

내맘 $점 : $$$$

월터 아이작슨 지음 / 안진환 옮김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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