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커피는 역시 남타커(남이 타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지요. 물론 멋진 카페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낭만도 있을 것 같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마치 글쓰기가 부럽기도 하고 낭만도 있을 것 같지만 생업으로 하면 딱 망하기 좋은 것처럼 글 쓰는 이들만큼 많은 것이 카페이기도 하니까요.
올딧세 (한강대로21길)
대신 멋진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은 꽤 좋아하였습니다. 장소도 좋은데 커피맛도 좋으면 그만한 별장이 따로 없었지요. 평소에는 나만 아는 장소였다가 지인과 함께 그 장소에서 마주하여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천국이 따로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요즈음은 좋은 카페가 우후죽순 많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글쎄요 사람의 문제일까요? 경제적 문제일까요? 여유의 문제일까요? 낭만의 문제일까요?
킷테 (청파로47가길)
멋진 카페와의 멀어짐은 데이트가 사라지고 나이 들어감의 반증이기도 한 것 같네요.몇 해 전까지만 해도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커피 마셔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듣고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핍스홈 (한강대로40길)
멋진 카페를 차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그것보다 더 멋진 카페를 돌며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고 싶은 소망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좋은 사람과, 경제적인 것과, 여유와 낭만이 모두 있어야만 가능했던 고도의 어려운 소망이었던 것이지요.실은 어느 것 하나도 가지기 힘든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앗 인생 헛산것?'
카페 치즈태비 (제주시)
이러한 책은 잘 펼쳐들지 않는데 이번에는뭔가 결핍이 있었나 봅니다. 좋은 곳의 사진을 쭉 보여주며 메뉴와 같은 간단한 설명이 깃든 글은 사실 책으로서의 의미는 별로 없을지 모르지요. 더군다나 이러한 장소들은 직접가서 앉아서 보고 느끼며 커피를 직접 찍어 먹어봐야 이 곳이 커피인지 된장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아벨 커피 (남양주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이런 책을 뽑아 든 이유는 글자를 읽기 귀찮기도 하고 뭔가 머리를 식히고 싶은 기분이나 보지요.왜 밥먹기 귀찮은것 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몇 군데 찾아가 볼 카페를 찍어놓았다는데 그렇게 가을의 결핍을 조금 채웠나 싶네요. 이제 좋은 사람과 경제적, 마음의 여유, 낭만 한 스푼만 챙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