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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Feb 04. 2024

입춘대길(立春大吉) 삼묘춘곤(三猫春困)

feat 고양이 세 마리

고양이 세 마리가 양지바른 곳에 사이좋게 자리를 잡고 졸고 있습니다. 그만큼 날이 따뜻해졌기 때문이지요. 네 오늘은 입춘, 봄날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다는 입춘대길은 알겠는데 건양다경은 조금 낯설지요. 맑은 날이 많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예전에는 한자로 써서 한옥문에 붙여 놓았던 기억이 있지만 이제 한옥문도 보기 힘들고 한자도 잘 쓰지 않으니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대신 색깔에 맞추어 한글로 예쁘게 뽑아 붙여 놓아도 좋을 듯싶거든요.


은 뭐니뭐니 해도 설렘의 시작점이지요. 아직 바람이 좀 차갑더라도, 갑자기 서릿발이 내리더라도, 곧 님이 오실 것처럼 따사함으로 새싹이 돋아나리라는 약속 같은 것입니다. 새해의 결심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어도 다시 얼음을 녹이고 흐를 수 있는 제2의 새해가 되겠고요.


입춘대길(立春大吉) 삼묘춘곤(三猫春困)


봄이 오니 따스한 기운과 함께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졸리기도 하지요. 특히 햇살의 양이 늘어나면서인지 나른하고 몽롱한 것이 고양이들이 춘곤(春困) 즐기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싶습니다. 고양이도 저렇게 봄이 오는 것을 만끽하는데 어서 가서 차 한잔으로 춘곤(春困)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춘곤(春困)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말로 생각이 이어집니다. 부귀영화도 알고 보면 덧없는 한때의 꿈에 불과하다는 뜻이지요. 나른한 봄날 꾼 꿈은 그야말로 봄처럼 잠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나라 때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740년)이 어느 봄날 춘곤증으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아침 동이 트고서야 일어나 보니 간밤에 비가 온 것 같았고 맑게 갠 봄날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상큼한데다 새소리까지 들려와 운치가 넘쳤었지요. 그래서 붓을 들어 춘효(春曉)라는 시 한 수를 썼다고 한 데서 유래합니다.


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

곤히 자다 보니 날새는 줄 몰랐네

處處聞啼鳥(처처문제조)

여기저기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夜來風雨聲(야래풍우성)

밤새 비바람 몰아쳤는데

花落知多少(화락지다소)

꽃잎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춘의 길함은 어쩌면 대단한 바람이 아닌 깜박 졸며 햇살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부귀영화가 아닌 맑게 갠 하늘과 새소리에 귀 기울일수 있는 운치에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 세 마리 고양이들은 제대로 춘곤을 즐기고 있는 셈이었지요. 과연 어떤 춘몽을 꾸고 있을까요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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