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남들 그렇게 많이 간다니 "야너두? 야나두!" 가야 할 것 같고, 엔화가 싸다니 또 가야 할 것 같고, 여행을 다녀온 지 오래니한번 가야 할 것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어디루?"
만만하고 가깝지만 정작일본에 대하여는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는 것이라고는 도쿄, 오사카, 홋카이도, 후쿠오카 4지선다 중 찍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5지선다 문제로 바뀐 것처럼 갑자기 '교토'란 곳이 불쑥 이 책과 함께 눈에 들어온 것이지요.
"일단읽어 보고 생각해 보겠오"
그렇게 이 책이 손에 잡혔습니다.표지도 일본 과자를 포장한 것처럼 벚꽃색으로 시선을 끌지요. 게다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님이 쓴 책입니다. 어쩐지 디자인이 비슷하다 싶었죠.하지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는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전에 '너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먼저 읽게 된 꼴이 되었습니다. 뭐, 뭐라도 먼저 읽으면어떻습니까? 이 책으로 말미암아 교토에 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교토의 문화유산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유려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만 여러 곳을책 말미에 따로 부록으로 소개해 놓을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일본의 정원에 대한 소개가 눈길을 끕니다. 철저히 인공이 가미된 자연으로 경영하면서 어쩌다 잘생긴 수양벚나무를 자연 그대로 맡겨두는 일본식 정원에 비하여 우리의 정원은 자연의 멋을 살리면서 무성한 곳을 다듬거나 빈 공간레 멋진 나무 한 그루를 배치하여 정원을 조성한 것이 다르다는 설명이정원의 차이를 생각하게 합니다.
대방장 정원, 일본 정원의 전형
더불어 이는 정원 뿐 아니라 장인에 의한 장식화 중심의 일본 작품과 사대부 등에 의한 감상화 중심의 우리나라 미술 작품의 차이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오늘날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같은 작품이 왜 장식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지요.
"으른을 위한 여행서"
유럽을 가면 계속 성당 순례가 되듯이 동양에서는 여행이 사찰 순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여행서도 교토의 광륭사, 천룡사, 청수사, 금각사, 용안사, 안화사, 동복사, 은각사, 남선사 등 고 사찰의 순례와 이에 따른 절이 지어지고 불타고 다시 지어진 이야기가 뒤따르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맛집의 순례가 여행기가 아닌 보다'으른의 여행기'에 가깝게됩니다.
한편으로는 일본의 문화유산은꽤 깊이가 있는 듯한데 문제는 자꾸 그들이 순수하게 역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점점 왜곡하려는데 안타까움이 듭니다.교토의 이야기에는 '도래인'이라는명칭이 자주 등장하는데이 문화의 시초가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문물을 전하고 일본에 정착한 '도래인'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의 문화는 늘 그렇듯 이런 전래를 통하여 문화의바탕과 발전, 토착의 융화가 되었을 것이지요. 그런데 있는 그대로 당당히나타내기보다는 점점 더 그런 사실조차 감추고 왜곡하려 드니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불신이 들고 오히려 저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책까지 읽었으니 일본 여행 5지선다의 다음 답은 '교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 맛집 여행이 아니라 으른의 여행이 어울리는 나이가 점점 되어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