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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Feb 12. 2024

Power of Words

feat 한 단어의 힘

이럴 줄 알았지만 이 책을 지나칠 순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목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지요. 제목이 99% 내용은 1%, 어쩌면 이 책은 읽어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내용은 그저 제목을 설명하기 위한 미사여구에 불과할 테니까요. 그래도 혹시...


... 역시나 했지만 정말 그랬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한 단어로 '믿는다'를 꼽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술책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 '믿지 않는다'를 되뇔 수밖에 없었습니다. '믿는다'라는 단어가 보여주는 종교적 환상은 자칫 이 책을 정말 믿고 따르게 될 위험상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만큼은 칭찬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원어의 제목은 Your one word인데 단어의 힘(Power of Words)으로 바꾸어 단 것이 마음에 들었지요 왜냐하면 단어 하나의 힘이 그만큼 크기 알기 때문입니다. 단어는 문장 보다도 훨씬 작은 뜻을 나타내는 말의 최소 집약체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한 단어에는 농축된 의지와 표현이 뭉쳐있어서 그것이 종교가 되고 이념이 되고 신념이 되기도 하고 때론 광기가 되어 태산을 불태울 만한 에너지의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자유, 평등, 박애와 같은 단어는 한때 혁명을 이끈 불꽃같은 단어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 불꽃이 사그라들고 누구나 누리는 자유, 만인의 평등, 보편의 박애로 평범한 단어에 불과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때에는 이 단어들이야말로 뜨거운 기운과 피가 솟구치게 했던 진격의 단어였겠지요.


이와 달리 단어의 힘은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습니다. 요즘도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빨갱이라는 단어는 그 단어 하나로 실체도 없이 인류와 민족과 가족마저 가르고 죽이는 피의 단어였지요. 그런 망령의 단어조차 사그라들지 않고 다시 저주처럼 살아남아 누군가를 죽이고 자신마저 황폐화시키는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무서운 사실입니다.


이처럼 단어의 힘은 인간만이 가진 놀라운 무기이자 의지지요. 인간은 물질문명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단어 하나에 의지해 절망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나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되는 존재니까요. 그 실체도 없는 단어 하나가 무엇이관대 그러한 큰 힘이 부여될 수 있으며 때론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있는지, 사실 놀라울 따름입니다.


당신의 단어는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힘이 되는, 목표가 되고, 가치관이 되는 단어를 가진이는 그렇지 않는이 보다 진화한 인간이 분명할 것입니다. 러므로 압축된 하나의 단어가 곧 자신이 되고 의지가 되고 목표가 되고 브랜드가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단어를 모아서 마침내 글로 표현하는 작가의 사명은 인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겠지요. 단어 하나의 힘을 알지만 하나의 단어에 치우치거나 지배되지 않고 않고 여러 단어의 조화를 이루어 마침내 단어의 힘을 시현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내용의 '믿지 않는다'에도 불구하고 그냥 한 단어의 힘이란 제목만으로 그 역할을 다 한 셈입니다. 그것은 각자의 마음속에 각자의 한 단어, 한 단어를 모아 풍성한 여러 단어들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삶이요 단어의 힘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보석을 모으듯 뜻깊은 생의 단어들을 소중히 수집해 가는 것이 부를 모으는 것 이상의 삶이 아닐까 되새겨봅니다. 부는 사라져도 단어는 더 영원히 전해지고 남을 것이니까요. 당신은 어떠한 단어들을 수집하고 간직해 왔나요?


한 단어의 힘 (Your One Word)

한줄 서평 : 제목이 99% 내용은 1% 이언정 (2024.02)

내맘 $점 : $$

에번 카마이클 지음 / 김고명 옮김 (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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