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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Feb 16. 2024

이상한 나라의 청약가점

feat 단풍아파트

'이상한'하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떠오르면 당신은 옛날사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떠올라도 조금 옛날 사람, 그럼 요즘 사람은 뭐냐고요? 지금이 그냥 '이상한 나라'이지요. 현재 아주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되면 당신은 요즘 사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예전부터 생각한 이 '이상한 나라'의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청약가점'이란 제도입니다. 내신도 아니고 수능도 본고사도 아닌 것이 도무지 노력해도 딸 수도 없는 이상한 점수를 만들어 놓아 등급을 나누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점수는 고스란히 부와 삶과 행복과 직결된다고요. 이상한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점수니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먼저 무주택 기간 32점, 이것은 2점 기본 점수에 1년마다 2점씩 올라가서 최고 15년이 지나면 32점 만점을 획득하지요. 그래서 이건 그나마 견디면, 아니 늙으면 획득이 가능한 점수입니다. 그런데 왜 15년이 끝일까요? 15년 지나면 모두 동년배다? 15년 지났으니 그냥 집은 포기해라? 요거이 아주 이상합니다.


 다음은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 이것도 2점 기본 점수에다가 1년마다 1점씩 올라가서 최고 15년이 지나면 17점 만점을 획득하지요. 이것도 세월이 보약인 점수입니다. 그런데 15년 지나면 이 점수도 끝? 15년 동안 당첨 꽝이었으니 그냥 포기해라? 어차피 못 산다 포기해라? 이거 아주 요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제일 문제인데 부양가족 35점, 기본 5점에 부양가족 1인당 5점씩 올라 최고 6인 35점 만점을 획득하지요. 부양가족이 6명이 되려면 남편이나 부인이 둘씩에 각 자녀가 둘씩이면 쉽게 여섯 명이 되지만 2부나 2처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부모, 장인모님을 모두 합하면 6인 이상이 쉽게 해결되는 공식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부모, 장인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면 점수가 꽝이에요. 그렇다고 가점 때문에 홀 어머님 아래서 자란 배우자와 결혼을 포기해야 할까요? 부모님을 일찍 여읜 것도 억울한데 점수까지 깎다니 이런 패륜이 따로 없지요. 게다가 요즘 1인 가구가 반이라는데 함께 사는 대가족이 어디 있다고 이런 난이도 조절 실패 문제를 계속 풀어야 할까요? 대신 아이를 넷 나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아이를 점수화하고, 세금 회피의 수단으로 여기더니, 심지어 이제는 저리 대출 담보물로 전락시키는 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어떡할 거냐고요?


이렇게 '이상한 나라'의 가족은 철저하게 가점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가점이 낮으면 이 나라에서 그렇게 부와 삶과 행복의 척도라는 집을 가질 수 없다는 엘리스의 시계 토끼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가점 만점자가 그렇게 많다는데 그 많은 가점 만점자는 어디서 왔을까요? 설마 남편이 둘?, 아내가 둘?, 부모가 넷?, 그것부터가 이상해요? 정말 6인 부양 7인가족이 그렇게 많다고요?


가끔은 청약가점 뿐 아니라 청약 추첨은 공정한가 에도 의문을 품곤 합니다. 마치 로또가 조작일 것이라는 음모설과 같이, "그래 로또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청약은 추첨이라도 되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많은 가점 만점자들은 과연 사실일까?라는 의문과 추첨도 조작이 아닐까?라는 망상에 시달리지요.

이상한 아파트 메이플

우리도 단풍아파트 살고 싶다고요. 메이플스토리 게임 말고 메이플시럽 단걸로 어떻게든 때우는 것 말고 단풍나무집 살고 싶다고요. 이번생에는 그른 가점, 다음 생엔 가점 없는 나라에 살고 싶다고요. 나만 빼고 다 만점 따는 가점, 믿을 수 없는 추첨, 조작 같은 아파트 추첨과 로또에 언제까지 속으며 살아야 하냐고요?


'이상한 나라의 청약가점' 이제 바꿀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너는 몇 점? 나는 리스? 너는 우영우?


'이상한 나라'라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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