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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r 04. 2024

영취정(映翠亭)과 세작 매혹된 자들

feat 세작, 매혹된 자들(마지막회)

영취정(映翠亭)


영취정(映翠亭), "푸름이 비취는 정자라!"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그러나 속인인 제 생각으로는 영취정(英醉情), 꽃에 취해 정분이 나는 곳으로 해석되는데 저만 그런건가요? 주상전하의 행태로 보면 전자 보다 후자의 해석이 전혀 무리는 아니라구요!

 경희궁 24번 우상부 영취정

영취정은 먼저 주상전하 외 아무도 출입할 수 없는 전하의 게임방이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장소였지요. 여기에 단 한 사람 바둑 프로게이머 기대령에게만 영취정의 출입을 허락하고 단둘이서 얼레리 꼴레리 하지요.

바둑 말입니다.

경희궁 전도

얕고도 짧은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영취정은 경희궁의 후원 격으로 경희궁중 가장 지대가 깊고 그윽한 곳에 위치한 전각이었다고 합니다. 담이 없는 정면 4칸 측면 3칸의 전각으로 동, 북, 서편이 빈 마당에 이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의 숲에 접하여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장소로 보이지요. 그래서 영취정(映翠亭)이란 호칭이 붙었나 보구요. 심신의 안정뿐 아니라 궁궐의 맨 끝 구석에 있어 연애하기도 아주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경희궁은 한참 축소된 일부이고 원래 영취정의 자리는 현재의 성곡미술관이 위치한 장소 정도가 될 것 같다. 경희궁과 영취정은 온데 간데 없고 '경희궁 자이'가 그 위상을 대신하고 있으니 그때 경희궁 자이 청약에 광탈한 저로서는 더욱 씁쓸함을 금치 못할 일이지요.

현재 경희궁
백성의 마음을 얻은 군주보다 강한 것은 없다.


이리 말하며 조선은 이제 청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모두들 주상전하와 기대령의 연애에 정신이 팔려 백허그와 키스신, 대비 마마의 시집살이를 "고고", "오케이", "콜"하며 청혼을 받아들일지에 마치 재벌3세와 신데렐라의 해피엔딩 핑크빛 기사가 난무하고 있었지만 사실 중간에 아무도 모르게 뜨끔하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궁중 백허그

"국민의 마음을 잃은 위정자보다 약한 것은 없다." 이리 말하며 한국은 이제 아무 나라도 함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했습니다."라고 깜놀 들렸거든요.

궁중 키스

처음부터 이 드라마 제목이 이상하긴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대사에 모든 함의를 스리쓸쩍 끼워 넣은 것이지요. 요즈음 일제강점기도 울고갈 서슬퍼런 검열을 피해서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작들이 요즈음 너무 많지요. "도대체 어느 나라 위정자고 관료냐?"라는 탄식이 나왔을 때 그들이 매혹된 이웃나라 세작이었음을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쓸데 없는 세상사는 그만 두고 다시 돌아가, 푸름이 비취는 아름다운 영취정(映翠亭)은 오늘날에는 볼 수 없지요. 경희궁은 안타깝게도 일제 총독부로 소유가 넘어가며 이리 찢기고 저리 팔리고 훼손돼서 그 이후에도 옛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거든요. 세작들에게 매혹되어 나라를 맡긴 꼴은 바로 오늘날 사라진 영취정이라 할 수 있지요. 지금도 바로 TV에서 세작들이 갖가지 유혹과 선심성 약속으로 매혹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지요. 세작은 드라마에서 처럼 이웃나라로 쫒아보내고 푸름이 비취는 아름다운 정자, 영취정(映翠亭)에서 영취정(英醉情)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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