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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r 24. 2024

모래에서 시작해 모래로 끝나다. 사시사종(沙始沙終)

feat 듄2(사막, 모래가 가득 찬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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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DUNE)1을 본 것이 2021년이었으니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3년이란 시간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기억은 그렇지 못해서 3년 전에 써 놓은 글이 무척 낯설더라고요.

영화 듄 배경은 10191년, 듄1으로부터 8070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였고, 이제 듄2는 여전히 10191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지금으로부터는 3년이 줄어든 8067년 후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미래보다 현재가 시간이 빨리 가고 있는 느낌이네요. (이번에도 영화 스포일러 같은 건 없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지요.)


이 영화의 특별 느낌은 모래사막에서 시작해 모래사막에서 이야기가 끝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사시사종(沙始沙終), 왕권을 둘러싼 권력도 모래 같이 시작되어 한 줌의 모래와 같이 스르르 끝나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일까요? 또 모래사막은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거친 황톳빛으로 비춰지는 고대미가 장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사시사종

요즈음은 티끌 모아 티끌이라지만 티끌이 어떻게 태산이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래와 같은 끌이 모여 거대한 산과 바다를 이루거든요.


모래로 가득 찬 바다!


마치 배경이 '모래가 가득 찬  바다'와 같다 할까요?

바다, 아니 바다는커녕 강(江)도 비(雨)도 본 적이 없는 주인공의 여친(젠데이아 콜먼)은 그래서 물속에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는 주인공 남친(티모시 샬라메)의 말을 상상치 못합니다. 그 대신 그들은 모래에 뛰어들어 모래에서 헤엄치고 있었지요. 모래 괴물을 타고 사막을 건널 때는 마치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윈드서핑을 하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물속에서와 같이 모래 속에서 빨대만 내밀어 모래 위로 숨을 쉬는 것도 같은 방법이지요. 물이 모래로 바뀌었을 뿐 사실 이 모래는 물의 이면과 같은 존재이네요.

모래 괴물

바다의 거친 풍랑만큼이나 사막의 풍랑거칩니다. 모래 괴물이 나타나 사막을 항상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이지요. 원래 사막이었다면 그 풍랑마저도 고요하게 죽어있을 듯한 장소를 모래 괴물이라는 요소를 넣어 역동적인 곳으로 재 창조 하였습니다. 이 모래 괴물은 바다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비바람과 파도에 견줄만하지요. 

티모시

티모시 라메는 '사막의 작은 쥐'인 '무앗딥'이란 이름을 스스로 선택하게 됩니다. 이는 '길을 가리키는 자'라는 뜻도 가지고 있지요. 결국 이 거대한 사막, 모래의 바다에서 살아남는 것은 작은 쥐에 불과 하지만 길을 알고 물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였지요. (참고로 사막 작은 쥐는 귀에 맺힌 이슬로 물을 만들어 낸다 하네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모래 폭풍이 도사리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에게도 '무앗딥'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지요. 인간은 그렇게 물 한 모금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곳에서 용기와 지혜로 결국 모래 괴물의 등에 올라타 사막을 건너온 것이니까요.

무앗딥

특히 음향이 압권입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이전 영화 '컨텍트'에서 이어져온 웅장한 서사의 음악이 연속되어 연주되어 가슴을 울리고 있었지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서도 음악을 마저 듣기 위해 한동안 자리를 뜰 수가 없었습니다. (듄3를 위한 쿠키 영상 같은 것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컨택트(ARRIVAL)

이야기는 끝을 맺진 못하고 다시 3년이 지나면 듄3가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러면 10191년 까지는 8064년이 남은 셈입니다. 3년이 다시 지나면 오늘 쓴 글은 또다시 잘 기억이 나지 않겠지요. 그리고 이 글로 말미암아 느낌과 생각을 다시 떠올려 볼 것입니다. 그때쯤이면 나이가 든 만큼 모래에서 시작해 모래로 돌아간다는 사시사종(沙始沙終)의 의미 이상의 것을 헤아리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현실도 영화도 그렇게 권력의 사시사종(沙始沙終)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ps : 극 중 티모시 살라메가 속한 가문의 이름은 '아트레이데스'인데 근래에 팔려 이름이 사라진 '이트레이더스' 증권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리고 이 가문은 황제의 시기에 의해 거의 '멸문지화'를 당하는데 멸문지화 후 요즘 뜨고 있다는 당이 떠오르기도 했다는 것은 지극히 사견입니다요.

펭수와 모래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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