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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y 26. 2024

여왕이 주관하고 온 나라가 후원하는 나는 솔로

feat 브리저튼

솔로시작되거나 끝나는 짝짓기 프로그램을 잘 보진 않지만 그 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짝 찾기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은 무려 여왕이-정확히 말하자면 왕비겠군요-주관하고 '재벌집 막내아들(송중기)'이나 '눈물의 여왕 (김지원)'이 참여하는 국가적 행사입니다. 그것도 매년마다 성대하게 열리고 수시로 파티를 통해 왕비가 특별히 '퀸카'를 다이아몬드라고 칭하며 손수 최고의 짝을 찾아주기 위해 빽좀쓰기도 합니다. 그런 프로그램에 한번 나가 보고 싶다고요? 이름이 뭐냐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이라네요.

'브리저튼'은 그렇게 쉽게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명은 아니고 영국의 한 가문의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런 집안 귀족의 자제로 태어나지 못했으면 아예 참여가 불가능한 이야기지요. 뭐 19세기 이야기이기 때문에 설령 그렇게 태어났다 해도 지금은 이미 하늘나라로 갔거나 귀족이 아니게 되어 어차피 못나갔겠지만요.


여하튼 이 브리저튼 가문은, 정작 브리저튼 자작씨는 작고 하였고 자작 부인 슬하에 무려 8남매를 두고 있지요. 이 솔로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이 자작나무, 아니 자작과 같은 귀족의 계급이 중요한데 이 계급이 막대한 재산과 더불어 대를 이어 승계되던 때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귀족 호칭 따위 관심 1도 없었지만 드라마의 이해를 위해 빠르게 검색, 아니 학습한 결과,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순으로 귀족의 지위가 내려오더군요. 후질 것 같았던 후작은 꽤 높은 귀족의 지위였지요. 그리고 시리즈 한 편마다 한 명씩 짝을 찾아 결혼시키는 것으로 보아 브리저튼 자작 부인이 이 8남매를 다 결혼시키려면 이 시리즈는 최대 8부작까지도 가능할 듯 보이네요. 지금은 겨우 두 명을 결혼시키고 세 번째 시리즈지만 그 와중에 결혼을 거부하는 자녀도 있고 더블로 결혼을 시키거나 해서 시리즈는 거기까지 가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특이하였던 점은 이 귀족들의 세계는 19세기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 하게도 인종의 다양성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죄다 백인 귀족에 흑인이 시종을 들고 있을 것 같은 배경인데 의외로 흑인, 인도계, 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이 귀족 행세를 하고 있어 다소 혼란, 아니 재미스럽지요. 반면 귀족이 아닌 시종들은 모두 백인인 듯합니다. 비록 귀족을 제외한 시종들은 거의 병풍급 배경에 가까운 AI 같은 느낌이지만, 배를 타고 가다 표류하여 19세기 영국에 도착한 조선인도 작위를 받고 귀족이 되어 무도회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니 반갑긴 하지요.


브리저튼 집안은 자작 계급의 귀족 집안일뿐만 아니라 솔로 머시기 드라마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외모지상주의 우성 유전자를 타고났습니다. 그래서 솔로 탈출이 수월하고 더욱더 높은 계급의 귀족과 결혼에 성공하여 꿩 먹고 알 먹고 해피엔딩이지요. 그런데 브리저튼 집안의 자녀와 한 명과 친구 관계이기도 한 중요 인물은 반대로 뚱뚱하고 땅달막한 외모에 이 솔로 머시기 프로그램에서 계속 솔로로 박제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 불공평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여자가 위장 '작가'이네요. 마담 휘슬로우라는 나이 든 여성을 가장하여 작가질, 거의 유튜버질을 해 댑니다. 그 당시에는 유튜버가 없었으므로 사교계의 소문을 찌라시를 통하여 발간하고 이것이 왕비에게 까자 전해질 정도로 기가 있지요. 지금으로 보면 셀럽이자 인플루언서 유튜버 작가인 셈입니다. 꼭 작가는 이런 결핍을 타고나야 한다는 것일까요?

귀족의 삶이란 일은 전혀 하지 않고 AI 같은 시종들이 일도 하고 모든 것을 돌봐주는 엄청 안락한 삶을 살아갑니다. 오직 걱정은  솔로로 남지 아니하고 사교계에서 짝을 찾아 그 작위의 지위를 대대로 누리기만 하면 되지요. 물론 귀족이어도 솔로가 치러야 될 대가는 무시무시합니다. 귀족과 다시 짝을 이루지 못하면 재산을 대물림받을 수 없고, 파티 나갈 새 옷을 맞추지도 못하게 되는 계급 탈락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목숨 걸고 이 솔로 머시기에서 뛰어야 하겠죠?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조건이 귀족이었던 것처럼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요건은 내가 귀족이라고 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19세기 조선에서 표류해 와 작위를 받은 귀족이라도 말이죠. 시종의 입장에서 보면 영 불편할 수 있거든요. 이왕 작위를 받을 것 공작새처럼 우아한 공작으로 하겠습니다. 머시기 Emile 브리저튼 공작 13세 정도로 하지요. 왕비가 주관한 파티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던 그때가 그립군요. 그리고 그 사교계의 소문을 엮어 찌라시로 만들던 때가요. 왜 그런데 그 일을 지금껏 하고 있을까요?전생에 결국 솔로 탈출에 실패한 것일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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