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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un 10. 2024

당신도 한때는 슈퍼히어로였지만

feat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한국형 슈퍼히어로를 기대했었는데 슈퍼히어로는 커녕 제 몸도 가누기 힘든 은둔형 히어로 가족이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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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병으로 인해 거의 능력 상실 직전의 초능력 가족입니다. 엄마(고두심)는 예지몽을 꿈꾸는 능력이 있으나 불면증으로 능력을 잃어가고 있고, 아들(장기용)은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와이프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폐인이 되어 행복을 떠올릴 수도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지요. 딸(수현)은 슈퍼맨 못지않게 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는데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뚱뚱보가 되어 비만 때문에 날 수가 없습니다. 손녀(박소이)는 눈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시선이 두려워 투명인간 왕따를 자초하지요.

여기에 이 가족을 상대로 결혼 사기를 크게 한탕하려는 사기꾼 전문 캐릭터(천우희)가 등장하며 이 가족이 오히려 능력을 회복해 나갑다. 의례 히어로에게는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지사로 여겼지만 상처받은 은둔형 외톨이 히어로에게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그리고 능력을 상실한 히어로가 바로 당신일 수, 즉 나 자신일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괴상한 이야기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히어로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슈퍼히어로였던 때도 있었지요. 부모는 항상 어릴 적 자식에게 있어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히어로로 시작하지요. 그러다가 점점 히어로가 아닌 것이 들통나다가, 급기야는 전직 히어로는 이제 초능력을 모두 상실하고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고 맙니다. 그렇게 지나 보면 당신의 히어로 시대도 한때였지요. 그리고 지금은 그 능력을 상실한 이 가족과 다를 게 없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아직 그 초능력을 여태 보유하고 있으면 돈에 힘이 클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히어로보다는 빌런이라 불릴 가능성이 높지만요.


더군다나 히어로는 무척 힘듭니다. 지치지도 않는 슈퍼히어로에 열광했던 이유는 히어로가 힘든 티를 안 냈기 때문이지요. 알고 보면 히어로는 불면증과 불행과 폭식과 왕따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가깝게만 봐도 독립운동하던 히어로들은 멸시와 갖은 수모를 당하고 빌런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지금껏 살아 있었다면 불면증과 불행과 폭식과 왕따에 시달렸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옛날 히어로들명예라도 지켰지, 이제 빌런들이 돈으로 히어로들의 능력을 사모으고 히어로라 자화자찬하고 있는 몰염치의 시대니까요.


그러나 히어로가 힘들고 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히어로가 절대적으로 더 필요한 세상입니다. 왜냐하면 어려운 히어로를 포기하고 쉬운 빌런이 점점 더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희귀종인데 이러다가 히어로는 정말 멸종될지도 모릅니다. 이제 히어로에게도 야근은 지양하고 일과 행복의 균형, 깊은 잠, 스트레스를 이길 휴식과 심지어 몸과 마음의 다이어트도 필요하고, 왕따를 당하지 않고 어울리고 의지할 친구도 필요하지요. 그리고 그 뒤에는 작지만 소중한 좋아요을 누를 응원의 힘과 빌런에게는 단호히 화나요저항할 목소리의 힘이 히어로를 지키고 보호할 힘인 것이지요. 그렇게 힘들고 지친 히어로를 지키고 응원하는 당신이야 말로 진정 슈퍼히어로인 셈이지요.


기억을 더듬어 잘 생각해 보아요. 지금 내가 초능력을 잃고 어디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능력을 회복해 보아요. 당신도 한때 누군가에게 히어로였으니까요. 심지어 슈퍼히어로였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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