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총기 자유화가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든 사건이 최근 있었지요. 바로 뜬금없는계엄이 선포되며 내란이 일어난 그날 밤이었습니다.
북한군도 아닌 왜군도 아닌 아군이 반란군으로 돌변하여 총구를 겨누는데, 반대로 방어할 총이나 상대할 무기라고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맨날 아메리카노 퍼스트를 외치는 미국 애들이 커피에 목매는 것 말고도, 그토록 총기 자유화를 고수하는 까닭을 새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허구한 날 총기 난사와 같은 사고로 사람이 죽어나가도 총기 자유화를 부르짖는 것은 총기 협회의 이권이나 아직 서부시대에 머물러 있는 치안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것만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비로소 든 것이지요.
미국의 총기 소유 자유에 대한 권리는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 봤을 듯한 미국 수정헌법 2조에 담고 있습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라고 되어 있지요.
이의 역사적 배경은 영국 식민지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 정부로부터의 위협을 우려하여, 각 주와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총기 소지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된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즉 '정부의 위협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킬 권리'로서 근거하고 있지요. 시대가 지나며 총기 소지의 대상이 민병대냐 일반 개인이냐로 논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대법원에서 개인 쪽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논란은 종결되었습니다.
라떼보다 싸구려아메리카노 퍼스트만 뽑아 먹는 미국 애들이 총을 생각 없이 뽑아 드는 것을 볼 때 무개념의 극치라고만 여겼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진심이었나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말로만 듣던총기 소지 자유에 따른 '방어권'에 대한 체감이 온 것이지요. 그들에게 총이 있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불법적침범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대응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일이었습니다. 정당방위에 대해서 맞고도 가만있어야 되는 우리의 소극적 자세와 달리, 그들은 총을 들어 제지하고 응사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총 대신 응원봉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총보다 매우 성숙하고 효과적인국룰의 마술봉이었지요. 어떠한 폭력도 약탈도 방화도 없는 "이것이 총 보다 강한 문화라는 것이다"라며 국뽕이 차올랐습니다.
그러나일본에 나라를 곧 팔 것 같이 행동해도 명색은 아직 아군이라고 여기는 자들이,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사적인 영달을 위해서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언제든 총구를 돌려 겨누어 쏠 수도 있다는 공포와 떨림을처음으로 실감한 일은 쉽게 잊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고도 무너져가는 국격에 아무 책임감 없이, 국민에 반란을일으키고도 전혀 물러남 없이, 민의를 배신하고도 어떤 부끄러움도 없이, 오직 사당과 사적인 이익만을 채우려는 위협의총구는여전히 살아지지 않은 듯합니다.
만약 이런 반란이 별일 아니라거나 심지어 정당화된다면 우리에게는 정말 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번 사태에국민에게 총이 있었다면 더 난리였겠지요. 국회에서는 손으로 막아내는 대신 총격전이 벌어졌을 테고, 관저는 성난 시민들의 총알 세례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민의를배신하고도머리를 쳐들었던 자들도머리에 총알이박히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지요.
그러나 만약미국처럼 국민에게 총이 자유롭게 있었다면 이런 반란을 생각하는 것조차 잠재웠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방어권을 가진 국민을 상대로 불법을 일삼으며민의에 반해 총부리를 겨누는 공격을 쉽게 감행하기에는 매우부담스러웠을 테니까요. 총이 없는 국민 보다 총이 있는 국민의 목소리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탈하려는시도에 보다 강력한 억제력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여전히 총기 자유화는 생각지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무너진 법질서와 반란을 일삼는 폭도들, 그것을 옹호하고 되려 부추기는 자들 때문에,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최소한의 방어를 위해, 총이 필요악인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요. 우리로 하여금 총이 필요할 것 같은 위협과 불의가 세상을 판치고 돌아다니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경찰과 군대가 우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부화뇌동하여 앞을 가로막고 오히려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이 들게 행동해서는 안됩니다.
총보다는 펜으로 충분히 지킬 수 있어야 하지요.아직 총을 들지 않기 위해 펜을 들어 글을 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했는데 계속 너무하고 있는 자들이 불가피총을 들고 싶게 여전히 너무 하지요.
"부디 우리로 하여금 총을원하고 들게 하지 말라!"라고 경고하고싶습니다. 우리는 알다시피 한번 쏘면 또 얼마나 잘 쏜다고요. 솔직히 이번에 국민의 손에 총이 아니라 응원봉이 있던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지극히 '방어권'의 개념에서 자연스레 '정당방위'로 한없이 총알을퍼부었을 테니까요. 요즘은글을 쓰는데 총을 쏘는듯한 느낌이네요. 기분 탓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