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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룬 Jan 29. 2024

등록과 반배정

  

 



등록하기

   이제 이 학원에 등록을 하면 될까. 카드를 꺼내면 될까.

   보호자의 입장에서 소중한 아이를 맡길만큼의 검증이 아직인데, 선납을 해야하는 첫 등록은 주저되는 일입니다. 사기꾼이 작정하고 판을 짜두었다면 막을 수 없는 일입니다만, 제 경험상 강의료를 떼이는 강사는 있어도 수업을 다 듣지 못하고 수업료를 날리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쥐도 새도 모르게 문을 닫는 경우는 다른 사업체들에 비해 드뭅니다.

   걱정을 덜기위해, 학생이 테스트를 보는 동안 양해를 구하고 한 바퀴 돌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교실 바닥이나 구석에 뭉친 쓰레기가 있는지, 먼지가 쌓인 체 밀쳐진 책상과 의자는 없는지 위생 관리를 살펴보십시오. 강사들은 몇 명인지 이 학원에서 얼마나 오래 강의했는지, 동시에 몇 개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지표가 됩니다.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전체적인 분위기도 느껴보시고요. 학원의 재정적 형편이 나빠 곧 문을 닫을 상황이라면, 대표들은 더이상 교실의 청결 상태나 학생들의 분위기를 신경쓸 여력이 없습니다. 강사의 이동이 잦은 학원은 수업의 질이 당연히 떨어집니다. 아이들은 주어진 상황에 원초적으로 반응하므로, 문제가 있는 학원에는 어수선하고 무질서한 특유의 공기가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었다면, 바로 등록하기 보다는 주변분들을 통해 상황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테스트도 치르고, 학생의 결심도 서고, 보호자의 결제 준비도 끝났다면  등록할 차례입니다.    

대부분의 학원은 1개월, 3개월 단위로 등록을 받습니다. 혹은 주 2회 수업으로 한 달에 8회, 주 3회 수업으로 같은 기간에 12회를 등록 단위로 정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한 달에 한 번 수업료를 받는데, 3개월 단위로 등록을 하면 할인을 해주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커리큘럼이 3개월 단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학생 입장에서는 진도를 맞출 수 있고 학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클수록 형제 할인이나 지인 소개 할인도 있으니 확인하시면 됩니다.


   등록을 기점으로 초기에 보호자와 학생이, 때로는 담당 강사까지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은 '일단 한 번 다녀보고'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일단, 3개월은 다녀보길 권합니다. 수업을 직접 듣고, 질문을 주고 받고, 과제도 하면서 학원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을 겪어야 강사도 학생을, 학생도 강사를 파악하게 됩니다. 상호작용을 통해야 비로소 서로의 방식과 태도를 알아야, 적합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보호자와 원장님, 대표님이 빠지고 실제로 가르치고 배울 당사자들간의 라포 형성 시간이 필요합니다.  

   강사는 테스트 결과를 받아 학생의 수준을 대략적으로 짐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통해 어렵고 쉬운 과정을 각각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나 태도, 수업에 반응하는 속도나 이해 수준등을 파악합니다. 스몰톡을 나누며 학생의 성격이나 관심사를 알아갑니다. 학원은 사용자 맞춤 환경으로 기능해야 하므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적합한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어야 계획한 학습이 이뤄집니다. 주고받는 시간이 있어야 목표한 성과를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학생은 바뀐 일과에 적응해야 합니다. 학원 수업 시간에 맞추어 낯선 장소에 도착하는 일부터가 시작입니다. 앉았을 때 가장 편한 자리를 찾고, 화장실의 위치나 어떤 다른 애들이 있는지도 티 안나게 살펴둡니다. 못하는 티를 내고 싶지 않고, 잘한다는 인상으로 부담스러운 기대를 받지 않도록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감추고 봅니다. 되게 어렵다는 질문을 던져놓고 쌤의 답을 잘 듣기도 귀등으로 흘리기도 합니다. 충분히 익숙해지고, 긴장이 풀리면 그제야 가린 모습을 드러냅니다. 배움의 희로애락을 경험할 준비가 이제야 된 것입니다. 아이들, 청소년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필요한 시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저의 경험으로는 그 기다림은 3개월 정도였습니다. 같이 책 한 권을 끝내는 시간.


   요즘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다만 감정적 요인이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더 많고 기준이 일관되거나 자신에게 유익한가는 고려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하게 기분 좋은 것과 실제로 공부가 잘 되는 것의 경계가 흐릿하니, 잘해주는 선생님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선생님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격이 없는 강사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선생님 품평을 하느라, 불만을 키우느라, 매번 학원을 옮겨 다니며 맞는 학원을 찾겠다고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일단은 마음을 열고, 수업에 적응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한다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당분간은 과제도 성실하게 해야 합니다. 첫인상에 따라 기대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 자신이 갖게 되는 수업의 질은 달라집니다. 그저 끌려와 출석만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경계와 작은 반항들은 수업에, 자신의 시간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학생의 적응을 도우려는 동기로 접근하는 선생님의 접근은 무색해지고, 반복된 시도는 민망해지니 서로에 대한 파악이 늦어질 뿐입니다. 여럿이 수업하는 교실에 앉은, 그 중의 한 명이지만 학원이 학교와 다른 점은 그 한 명에게 가르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강사의 판단에 따라 계획된 과정 이상을 배워갈수 있습니다. 호흡을 맞추기위해 더 많이 노력하는 것은 강사겠지만, 수업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잘 맞는 호흡'을 결정하는 것은 학생입니다.


   한 달은 다소 짧습니다. 등록을 결정하기 전, 상담이나 테스트를 받기 전에 어느 정도의 적응기간을 미리 약속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초반에 아이가 힘들어해도 약속한 기간은 충분히 격려하시며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어떤 선생님과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학생은 어디서든 넘치는 배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시간 전부를 살아내는 당사자는 학생인만큼, 학원을 가보기로 한 결정에 학생의 의지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종합 학원의 대형 강의나 인터넷 강의에서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 수업은 일찍 등원해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듣고, 필기하며 스스로 공부합니다. 상호작용을 통한 적응 기간은 한 반에 열명 내외인 학원에 다니며 학생에게 맞추어진 학습을 기대할 때 필요합니다.




반배정


   테스트를 보았다면 그 결과에 따라 반을 결정하게 됩니다. 수준에 맞는 구성원으로 분반하였으므로, 그 학원 안에서 수업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수준별로 반이 세분화되었다면 잘해서 상위반으로 올라가거나, 어려워 하위반으로 내려가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반 이동 가능성과 그를 위한 보강 여부 등을 등록 상담 때 미리 문의해 두면 이후 학습 계획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어는 교과서 종류가 많고, 학교별로 다른 출판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내신 준비를 위해 학생의 해당 학교 내신 수업을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학교 주변의 학원을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어 학원은 평소에 학교 교과서가 아닌 별도로 영역별 교재로 수업하기 때문에 내신 기간이 되면 기존의 수업을 잠시 멈추고 시험 대비 모드로 운영합니다. 보통 3주에서 한 달 정도 기간입니다.

   학원 사정에 따라 둘 중 하나의 방식을 택합니다.

   원래의 수업 시간에 학생별로 따로 수업합니다. 자기 교과서 내용을 따로 배우고, 교실 내 다른 학생이 설명을 듣는 동안에는 문제를 풀면서 수업 시간을 나눠 쓰게 됩니다. 스케줄이 그대로 유지되고, 반 자체의 익숙한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아 안정적인 수업 분위기가 지속됩니다.  

   학원의 전체 시간표가 주변 학교들을 기준으로 다시 짜여지며, 학생들은 수업 스케줄을 이동합니다. 기존의 수준별 학습이 아닌 학교별 교과서에 해당하는 수업을 합니다. 시험 대비가 더 밀도 있게 진행되고, 같은 학교 학생들이 모여 시험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학생 때는 '나 말고 또 누가' 그 수업을 듣는지가 중요해어 수업 분위기가 다소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토플이나 토익 등의 시험 대비반, 특수고 입시 대비반의 경우 내신 대비 기간을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신 난이도가 대비반 학생들의 수준보다는 쉽거나, 시험 범위가 많아서 학원에 오고가는 시간을 아껴 혼자 공부하는 편이 효율적일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대비반의 수준에 따라 기존의 수업을 유지하고, 학교 시험은 각자 알아서 준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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