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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룬 Jan 22. 2024

테스트

   



   학원 투어가 떨리는 일이 되고 마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테스트 때문일 것입니다.

그동안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전방위의 절대 평가인양, 상담에 함께 나선 보호자에 대한 평가 같기도, 자칫 이 학원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불안까지 경험합니다. 그냥 한 번 둘러보기만 하자며 들어선 날도, 테스트 앞에선 그렇게나 숙연해집니다.   


   학원에서 첫 수업 전에 치르는 테스트의 목적은 물론, 학생에 대한 대략적 수준 파악입니다.

영어 과목은 듣기 독해 문법 어휘까지 학습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영역별로 고르게 잘하는 학생도 있지만, 들쑥날쑥한 학생도 많기에 디테일한 파악이 학원 입장 혹은 강사 입장에서 원활한 수업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학생의 현재 상태와 실력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을 하며 선생님이 직접 관찰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소수의 학생이 모인 공부방이나 작은 학원에서는 굳이 테스트를 보지 않기도 합니다. 그 학생이 그간 공부해 온 교재를 확인하거나, 한 두 타임 나란히 앉아 수업을 하고 나면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정된 커리큘럼이 있는 대형학원이나 수준별 클래스가 하나 이상으로 나눠진 학원이라면, 객관적 기준을 삼을 테스트가 필요해집니다. 반 별로 교재가 다르기도 하고, 기존 학생들의 진도 속도에게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원의 규모가 클수록 강의식 수업 비중이 늘고, 한 두 타임에서의 진도 차이는 작지 않으므로,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적합한 반배정이 중요합니다.  그만큼의 시간을, 버려진 시간으로 간주하고 격하게 항의하는 보호자가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학원은 첫 수업에서 신입생의 이탈이 생기지 않도록, 학생이 안정적으로 적응하도록 출발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테스트 시험지는 학원에서 직접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인 영어 시험의 점수, 모의고사 등급으로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자체시험지로 테스트를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학생이 수업 들어갈 반을 정합니다. 공들여 시험지를 제작하고 정해진 기간에만 신입생 테스트를 실시하며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때문에 테스트 비용을 받는 학원이 늘고 있습니다.


   테스트는 대체로 평균 이상의 난이도를 적용해, 어려운 시험지로 만듭니다. 물론 학생의 수준 변별을 위해서입니다. 또한 시험지를 어렵게 풀어 나가며, 해당 학원이 얼마나 들어가기 어려운 곳인가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종종 어려운 것과 중요한 것을 같이 두곤 합니다. 그러니 이곳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얼마나 중요한 것들 놓치게 될까 가정하게 됩니다. 술술 풀 수 없는 시험지 앞에서 좌절과 실망도 겪습니다.

   학생의 수준 파악만큼 중요한 목적입니다.

학생들은 테스트를 치르는 동안, 입시의 거친 현실과 그 현실에 선 자신의 위치를 깨닫습니다. 한 학원에서 본 한 번의 테스트지만, 시험은 시험이니 긴장 속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그럴 줄 알았다는 결과를 듣고 난 후 순순히 등록 창구로 가게 됩니다. 등록 후에도 저항이나 판단하기보다 서둘러 적응합니다. 어려운 시험지는 초반의 자발적 팔로우업(follow up) 효과가 분명합니다. 이는 학원의 학습 분위기가 더 나은 이유 중 하나가 됩니다.


   보호자는 등록 전에, 테스트 결과가 수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문의할 수 있습니다. 배정된 반과 아이의 실력이 꼭 맞지 않는다면 초기에 학생의 부족하거나 더 나은 영역에 대해 보강 혹은 심화 수업이 가능할 것입니다. 학원에서 학생을 파악하는 장치로, 학생의 입장에서는 학원 수업에 대해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간혹, 학원에서 치르는 테스트를 통해 전국 내지는 특정 지역 내에서 한 학생의 객관적 위치 파악을 기대하하는 보호자가 있는데,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무리 큰 프랜차이즈 학원의 테스트라 해도 그만큼의 공신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이라 해도, 각각의 시험 환경이 동일하지 않으므로 작은 동네에서조차 객관적인 평가의 절대 기준일 수 없습니다. 아이의 점수가 높다고 자랑할 일도, 점수가 낮다고 기죽을 일도 아닙니다. 특히 학원 자체가 처음인 아이들이 한두 번의 테스트 때문에 기가 꺾이지 않길 바랍니다.

   해당 학원의 입학을 전제로 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 학원에 들어가겠다면 어려운 시험지를 푸는 동안, 그 시험지에 담긴 이면의 목적을 인지하고 수업에 빨리 적응하면 그만입니다. 학원은 사용자 맞춤의 환경입니다. 한 학생을 위해서, 나머지 다른 학생을 위해서도 반이동은 가능해지니 학생들은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됩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풀어본 경험을 적당한 자극이나 다시 열심히 공부할 계기 정도로 삼아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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