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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룬 Feb 05. 2024

진도

   학원은 교육 과정에 맞추어 장기적인 그리고 단기적인 커리큘럼을 세워 운영합니다.

수업에 따라, 수업을 구성하는 학생에 따라, 해당 반을 운영하는 강사의 능력에 따라 속도 차이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교육 과정의 큰 틀 안에 포함된 교육 내용을 모두 수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내 내신이나 특정 어학 시험에 대한 대비 수업, 방학 특강, 단 권의 교재 끝내기 등은 단기적인 커리큘럼에 해당합니다. 커리큘럼 실행의 실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도를 나가는 일입니다.


   첫 상담에서 바로 이 커리큘럼, 학원의 체계적 수업 운영 계획에 대해 들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학생 대상의 영어 과목 커리큘럼은 각 학년 교육 과정에 따른 문법을 익히고 해당 수준의 독해력을 키우며 어휘장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영역별 교재들은 상-중-하, 1-2-3, 기초-기본-실력, basic-intermediate-advanced 등의 이름을 달고 3 step으로 구성됩니다. (쉽게 중학교 1,2,3 학년 과정이라고 이해하셔도 됩니다.) 영역별 3 step에 해당하는 교재를 1년 안에 마치거나 3년 내내 진도를 나가는 것입니다. 교재를 끝내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일정하게 레벨이 오른다면 진도가 빠른 것입니다. 진도 속도는 상대적이니 학습 기간이 길어지면 진도가 늦어진 것이라 여겨지지만, 해당반에 맞는 커리큘럼에 따르고 있다면 결국에는 필요한 과정을 배우게 됩니다. 학생에게 맞는 수업이 진행 중이라 여기시면 됩니다.     

   

   고등학생 대상의 커리큘럼은 레벨을 올리기보다 심화 학습으로 깊이 들어가는데 초점을 둡니다. 물론 중학교 과정을 잘 익히고 진급했음을 전제로 합니다. 문법 독해 듣기 어휘, 내신 수능 등의 영역별 교재들이 여러 step으로 나뉘어 있지만, 교재를 한 권씩 끝내는 진도보다 주어진 교재의 내용을 어느 수준으로 소화해내는지, 적합한 문제 풀이가 가능하지가 중요합니다. 속도보다는 깊이에 초점을 맞추는 시기입니다. 교재를 착착 쌓으며 진도 나가는 중학교때와 비교해 눈으로 가늠하기 어려워집니다.   


   학생들은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해가며 '공부'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학습량과 그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공부의 중요한 핵심인데, 수동적인 학습 방식에 익숙해져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청소년 여러분들은 집에서 궁금해하며 기다리던 보호자의 물음에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학원에서의 시간에 대해 입을 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웃지 못할 이유들 때문에라도 학원에서는 진도에 대한 가시적 결과물을 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대게 교재입니다.

   대형 영어 학원이나 어학원은 자체 제작 교재가 있습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을 주기로, 장기적인 커리큘럼에 해당하는 교재들이 여러 권 정해져 있어 과정별 수준별로 순차적 진도를 나갑니다. 학생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수준별 반 구성에 맞추어 커리큘럼을 정하기 때문에 중간에 들어가면 앞부분을 놓치는 일이 생깁니다. 대형 학원에서 입학 내지는 새 반의 시작 시기를 미리 공지하고 반을 모집해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학년이라고 해도 영역별로 다른 교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혹은 같은 교재를 사용해도 심화 정도를 달리할 수 있습니다. 해당 교재들의 수업 방식은 담당하는 강사의 수업 운영 역량에 달려있고, 학원은 보통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교재 진도 시기를 정하고 커리큘럼을 통해 보여줍니다.


   자체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 소규모의 학원은 시중에 판매하는 교재 중 일부를 선정합니다. 학생, 해당반의 수준에 따라 교재의 완료 시기를 정하고, 진도를 나갑니다. 역시 동일 학원 내에서 수준별, 학년별로 혹은 내신 대비를 고려한 학교별로 교재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교재를 사용하는 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교육 과정을 포함하는 교재를 선정하고, 그 교재를 학생에 맞는 수준으로 학습해 과정 내 학습 내용을 모두 배워나가는 것으로 목표하면 됩니다.


   보호자는 선정된 교재를 시작하고 끝내는 기간을 파악함으로 진도 상황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커리큘럼의 안에서 아이가 무엇을 배웠는지 얼마나 소화했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진도의 지표로 삼아, 성실하게 한 권 한 권 교재들을 마무리하며 학원을 다닌다면 교육 과정 내의 목표들을 성취하고 있는 것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다만 학생들은 수업만 들으면, 진도만 나가면, 그래서 다 끝낸 책이 쌓이면 그만큼 공부한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강의 중 귀로 들은 내용뿐만 아니라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을 필기하고, 자신만의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데 과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해진 과정을 자기 손으로 채워나갈 때 비로소 쌓여가는 교재들이 진정한 결과물이 되고, 원하는 성적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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