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때 시작해 꼭꼭 눌러담기
새롭게 알게 된 낯선 개념을 더 낯선 자신의 머릿속으로 끌고 들어가 나만의 생각을 더하고 빼며 그 내용을 이해하고, 이해가 오해가 되지 않도록 구별하고 응용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공부일 것입니다. 하나의 배움이 한차례의 과정으로 끝나지 않기에 공부는 반복에 반복이 필요합니다. 어느 과정 하나 빼놓을 수 없고, 어쨌거나 멈추기보다 나아가야 하며, 모른 척 끝내버리거나 스리슬쩍 적당히 건너갈 수도 없습니다. 제대로 하다 보면 그렇습니다. 어쩌면 공부를 잘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칭찬은 성적에 대한 것이기보다 이 고단한 (그리고 너무나 귀찮은) 과정을 이겨낸 성실과 노력에 대한 찬사일 것입니다.
문법 공부의 시작
교과목으로서의 영어에서 본격적인 공부는 문법에서 시작됩니다.
배운 만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므로 입시 영어, 특히 내신 영어 내 시험의 대부분은 문법 능력을 대상으로 합니다. 단어량을 늘려 물량 공세와 찍기로 문제를 풀기도 하고, 독해 지문을 쌓아가며 해석의 센스를 키울 수도 있지만 한계가 옵니다. 이 교과목을 정면돌파 하려면 결국 영어라는 언어의 규칙과 약속을 배워야 합니다.
세상의 규칙과 약속들은 맥락을 갖습니다. 배경을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면 다음으로는 잘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이 기억해 둔 규칙과 약속이어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의 문법도 그렇습니다. 기억해 두고 잘 지켜 사용할 규칙이자 약속이 여기면 됩니다.
너무 많지 않냐고요. 오히려 문법은 범위가 정해져 있으니 다행입니다.
보통 중2 과정의 영어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거나, 시중에 나와있는 기본 문법 교재 한 권 (출판사의 구성에 따라 두 권) 정도만 제대로 배우고 나면 됩니다. 나아가 누구나 능숙해질 수 있습니다. 독해나 단어에 비해 끝이 있는 공부입니다. 깊이 들어가려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으나,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영어 문법은 사실상 교재 두어 권 분량이고, 그렇게 공부해 둔 내용은 평생 영어 실력의 바탕이 되기에도 충분합니다.
문법 공부의 적기
효율적인 문법 학습을 위해서는 이해의 적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생들에게 문법이 어려운 이유는 품사니 완료니 하는 설명어들이 낯설기 때문입니다. 이름표 자체를 읽어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대상을 이해하기란 어쩌면 불가능한지도 모릅니다. 전문 용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 혹은 낯선 표현에 대한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시기가 되어야 문법 공부가 가능합니다.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해 어휘력이 풍부한 학생이라면 어릴 때라도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만, 다수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돌아서면 헤갈린다 말하는 것이 품사이고 문장 성분이고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이해의 적기를 찾아 나서느라 애쓸 것도 없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이면 자연스레 이 정도는 성장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 무리하게 문법 진도를 빼다가, 문법은 평생 어려운 것이라 낙인찍기보다 적합한 시기에 만나 효능감을 키우며 학습하는 환경을 열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어릴 때는 문장이나 구문 반복으로 패턴을 익히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입시 영어에서 가장 많이 다룬다 말해도 부인할 수 없고, 시험에 제일 많이 나오고,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평생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문법만큼은 서두르거나 선행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대게의 학원은 6학년 겨울방학 기간에 예비 중학반을 열고, 기초 문법 강의를 시작합니다.
be 동사부터, 쉽게 천천히 문법 학습이 시작됩니다. 그즈음 자연스럽게 문법 학습을 시작하며, 그 영역은 어떻게 배우는지 공부해 가면 됩니다. 학원의 커리큘럼에 따라서, 학습법에 대한 적응을 키우며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기초 문법을 두 달 정도 짧게 다룬 후 기본 문법을 시작하기도 하고, 속도 조절을 하며 아예 기본 과정의 문법 수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해의 적기를 만나면, 원칙을 배우고 기억해 적용하는 원리를 효율적으로 학습하므로 처음 문법을 시작하는 시기가 상대적으로 다소 늦어진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문법 배우기
처음으로 문법 수업을 시작했다면, 기본 문법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길 추천합니다.
다니는 학원의 교육과정에 따라 기간은 다소 달라지지만, 기본 문법의 수업은 대게 내신 준비 기간을 제외하고 6개월에서 10개월 정도 걸립니다. 1년이 걸리지 않습니다. 같은 호흡으로 익숙한 방식으로 한 바퀴를 돌아보길 권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정해진 범위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경험하고 나면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깁니다.
문법 개념 하나하나는 독립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지만,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결국 개념들은 서로 엮이고 섞입니다. 유기적인 이해가 필수입니다. 또한 이를 적용하려는 순간, 모르는 문제에 맞닥뜨려도 기억을 못 하기 때문이라면 스스로 인지하고 나중에 다시 보게 됩니다. 하지만 배우지 않은 것 같다거나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여겨지면, 이래서 문법이 어렵다는구나 하고 맙니다. 넓은 시야가 주는 여유가 공부 중 생기는 막연한 두려움을 막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문법들의 핵심만 뽑아 배우기보다는 첫 문법 공부에서는 기본 수준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배워야 합니다.
보통 중2의 교육과정이 기본 문법에 해당하고, 이 시기의 학습 내용은 이후 영어 문법의 기본이 되며 어쩌면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규칙들이기도 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며 몇몇 부분이 심화되거나, 각각의 개념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섞이면서 평가 문항의 난도가 올라가는 정도의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때문에 기본 과정을 모두 공부한 학생은 평가들의 난이도에 대한 나름의 기준도 형성하게 됩니다. 실제 수업 시간에 다뤄지는 문법 사항들의 비중을 비교하고, 문제 안에서 배점의 차이가 생기는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작정하고 분석하지 않아도 연속성 있는 학습 중에 그와 같은 핵심들을 익히게 됩니다.
교재의 형태나 마치는 데 걸린 시간과는 크게 상관없이 기본 문법 과정을 끝냈을 때, 학생들이 내쉬는 큰 숨이 엄청납니다. 무척이나 큰 성취감입니다. 그 어렵다던 문법의 문을 열었고 충분히 걸어 들어간 기분은 남들이 다 어렵다고 하는 영어공부의 자신감이 됩니다. 낯선 개념을 이해하고 지나온 경험은, 어떤 배움을 시작하게 되더라도 힘을 더해줄 것 입니다. 손 때가 묻고, 고민하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교재는 내내 펴 보게 되는 자신만의 문법책이 됩니다. 이보다 든든한 공부 자산은 없을 것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문법을 여러 번 배웠고 ‘to부정사’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은 탓에, 그 개념을 이미 잘 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학생들을 많이 봅니다. to부정사만이 아닙니다. 문법 설명을 많이 들어 표현과 용어에 익숙해져 버린 것과 각각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알게 된 것은 분명 다른 입장입니다. 착각의 함정에 빠진 학생들은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온다며, 영어 문법은 정말 어렵다고 불평만 늘어놓습니다.
어떤 학원에서 어떤 교재로 수업했는가 하는 것은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새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학습의 적절한 시기에 전체를 살피며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는 학습이 되는 것이, 영어 문법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얼마간의 시간과 끝이 있는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느리게 가더라도 제대로 간다면, 한 권의 교재로도 정복 가능한 영역이 문법입니다.
영어 과목의 실력을 쌓아가는데 근간이 되어야 하는 만큼 제대로 공부할 수 있길 바랍니다. 어떤 영역이든 해당 과정을 마무리 짓는 일은 요원합니다. 하지만 문법에서는 꼭, 그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