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에게 흔적을 많이도 남기고 떠났다
우리의 사랑은 장마와 함께 시작해
가을과 함께 끝났다
당신도 날 미워하지는 않을 거야 어쩌면 나를 가끔 그리워하지 않을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그리움만이 강하게 남을 뿐 감정의 파편들이 방바닥에 조각조각 널브러진다 영화를 한 편 봤을 뿐이다 당신의 사진을 들여다본다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말이 두 번, 세 번 맴돈다 나쁜 사람 하지만 당신은 나쁘지 않아
당신의 손이 잡고 싶다 비 오던 날 그 맥주집에서 당신과 마주 앉아 얘기하고 싶다 일요일에 그 맥주집에 혼자 가 앉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는 혼자 술을 못 먹는 걸 그만두기로 한다
당신과 만날 수 없다 만나도 우리는 사랑할 수 없다 나도 당신과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야 사랑이 하고 싶다
막연히 보고 싶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만나 그동안 별일은 없었고 많이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얼마나 괴로울까 당신도 나를 아끼는 것을 안다 아냐 그러지 않을지도 몰라 당신의 머릿결이 생각난다 눈이 떠오른다 체온이 느껴진다 오늘 밤엔 당신이 꿈에 나왔으면 한다
어떤 시를 써야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지 몰라 나는 밤을 헤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