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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u Mar 15. 2023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영화 「비포 선셋」

현실은 상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우리는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만나리라는 희망으로 사랑이 떠나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때가 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고 사랑이 완전히 떠나가서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는 간단한 법칙이 옳았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떠나보낸 사랑은 그저 기억으로만 남지 않는다. 상상력은 시간을 되돌려 그 자리에 다른 대사, 다른 장면, 다른 이야기를 대체해 보며 우리를 끈질기게도 오래 괴롭힌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걸지도 모른다. 말없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모두의 표정 뒤에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누구나 가슴속에 묻어둔 사람이 하나쯤은 있으면서, 아닌 척하고 평범하게 산다는 걸 알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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