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떨어졌다. 자고 일어나니 시험 결과를 알리는 문자가 와 있었다. 잠깐 누워있다가, 곧바로 일어나 영화를 보고 왔다. 많이 우울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오히려 마음의 짐을 하나 덜어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쉬움이 없진 않다. 내년 초에 대학원에 가면 좋을 텐데, 아마 그러진 못할 것 같다. 지루한 영어 공부를 좀 더 해야 하고, 좀 더 밤을 새워 일해야 한다. 여태 이어져 왔던 반복적인 나날들이 끝나지 않고 조금 더 길어질 것이다.
10월에 접어들었는데, 아직 나의 나이를 스물여덟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나갔을까. 내 얼굴이나 마음은 이십 대 초반의 대학생 때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이제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 늘어가는 나이에 맞추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조금씩 나를 죄어온다. 누가 자꾸 내 뒤를 저벅저벅 밟아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이십 대 초반으로 돌아가 이미 겪은 시절들을 다시 한번 겪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환경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살고 싶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교정을 거닐고, 가끔 교단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싶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