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을 위한 누군가 사용설명서 - 공황장애의 이해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의 이야기

by 김널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대부분의 주변인은 아마 가장 먼저 검색창을 연다.
사이트에 ‘공황장애’ 네 글자를 입력하면,
상단에는 짧고 정제된 정의가 떠오른다.


“특별한 이유 없이,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주요 특징인 질환.”


간결하고 명확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고통을 설명하기엔, 너무 납작하다.


이 문장은,
경험 없는 사람에게는 단지 문장이고,
경험 있는 사람에겐 시작에 불과하다.


공황장애의 대표 증상은 ‘공황발작’이다.
이 단어를 처음 접한 사람은
대개 '발작'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멈춘다.
발작.
미치고, 뛰고, 흔들리는 이미지.
사실 크게 틀리지 않다.


공황발작은 극한의 불안으로 시작된다.
심장은 마치 벽을 두드리듯 요동치고,
가슴은 조여오며, 숨은 갑작스럽게 얕아진다.

이건 단지 ‘느낌’의 문제가 아니다.

맥박계를 대보면, 정말 수치가 오른다.
몸은 명백히 반응한다.

그리고,
사람은 어느 순간 이제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압도적인 공포에 잠식된다.

때때로,
그 끝은 실신이다.

다만 한 가지.
이 발작은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10분 안에 정점을 찍고,
1시간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예외는 늘 존재한다.
나처럼.


공황발작을 몇 번 겪고 나면,
사람은 그 자체보다 더 큰 불안을 얻게 된다.


예기불안.

그것은 또다시 찾아올 공황에 대한 예비된 공포다.


다음 발작은 언제일까.
이 공간은 안전한가.
혹시 오늘도…?


그 질문들이 마음속에 거미줄처럼 얽히기 시작하면,
사람은 스스로를 가두기 시작한다.
스스로 만든 감옥 속에서 천천히 일상을 잃는다.


초기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다면,
약물치료로 증상을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
여기에 상담, 인지행동치료 등을 병행하면 일상 복귀는 훨씬 쉬워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처음 찾아온 발작에 대부분은 당황하고,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긴 시간을 버텨낸다.


공황장애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드라마에도, 기사에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각들,
그 고통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정신질환이라는 말 앞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발을 떼지 못한다.
무언의 선입견이 진단까지의 거리를 더 늘려버린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마도 누군가의 ‘곁에 있는 사람’ 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사람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진 사람일 것이다.


공황장애는 보통 청소년 후기나 성인 초기에 시작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천천히 쌓이다
어느 순간 문을 연다.


어떤 사람은 증상이 거의 없는 채로 살아가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한순간 폭발처럼 터지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공황에 휩싸인다.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있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매일의 전쟁이 된다.


약물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약물은 흔들리는 배에 닻을 내리는 일이다.
그 닻이 단단히 자리 잡고 나면,
그다음엔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완요법,
호흡조절, 인지행동치료.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치료,
비슷한 경험자들과의 집단치료.

이 모든 치료는
공황장애와 ‘공존’ 하기 위한 기술이다.


공황은 평생 이어지는 병이 아니다.

정신질환에서 말하는 ‘완치’는
모든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증상이 통제 가능해지고, 다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자신을 조율해 가는 것.
그게 ‘치유’다.


공황은 대개,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가 몸 안에 쌓이고 쌓이다 어느 순간 폭발하며 나타난다.

그 스트레스는, 무의식이 방어기제로 삼켜버린 것들이다.
다치지 않기 위해, 버티기 위해.
그러다 보면 그 방식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병이 된다.


그래서인지행동치료는 단순한 상담이 아니다.
그건 무의식의 습관을 다시 배우는 훈련이다.


그리고 당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의 주변인.

당신의 이해는 중요하다.

당신이 공황장애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곁을 지키는 일도 어렵다.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 고통은, 때로 판단이 되고,
그 판단은 곧 거리감이 된다.


나는 당신이 ‘방관자’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침묵하되, 떠나지 않는 사람.
무너졌을 때 손을 내밀지만, 강요하지 않는 사람.

당신의 역할은, 가볍지 않다.
그러니 그 역할을 위해,
공황장애를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이 짧은 사용설명서가
당신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었기를.
당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그것이면 충분하다.


작가의 이전글끝나지 않을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