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황장애 -1. 공황의 시작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 이야기

by 김널스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건 간호대 재학 중이었다.
정신간호학 수업 시간.
교수님은 공황장애의 증상과 경과, 치료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전공책에는 ‘호흡 곤란, 죽을 것 같은 공포, 이유 없는 불안’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이거.... 나잖아?’


처음엔 착각하고 있다고 넘겼다.
하지만 묘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어떤 기억의 잔해들이 어슴푸레 머릿속을 떠다녔다.
숨이 막혔던 그날, 가슴이 답답했던 순간들, 그때마다 죽을 것 같았던 순간들.
혹시, 그것들이 정신과적 문제였던 걸까?

고개를 저었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정신과 환자라는 단어가 내게 붙는다는 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의 나는 스쳐 지나간 기억의 잔해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부터 내가 무너질 것 같았다.


첫 공황발작



생각해 보면, 처음 그 일이 있었던 건 중학생 때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종이 울렸다.
자리에 앉아 수업을 준비하던 중, 명치 쪽이 갑갑해졌다.
명치가 갑갑했고, 들숨과 날숨이 엉켜 올라왔다.

숨을 쉬고 있는데도, 숨이 들어오지 않는 느낌.

처음엔 체한 줄 알았다. 가슴을 두드려 봤다.

뭔가 이상했다. 점점 숨이 거칠어졌고, 공포가 밀려왔다.
진짜로, 숨이 안 쉬어졌다.

이대로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꺽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교실 바닥을 굴렀다.

그게 내 첫 번째 공황발작이었다.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선생님은 당황했고, 몇몇 친구는 걱정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따라 하며 웃었고, 누군가는 그걸 보며 키득거렸다.

그날 들었던 웃음소리는, 지금도 마음 깊숙한 어딘가에서 울린다.

그날, 나는 조퇴했다. 부모님과 함께 단골 소아과에 갔다.


매번 다니던 동네 소아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고 의사 선생님은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그때 소아과 단골 의사 선생님이 아버지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의사 : “이상이 없습니다. 계속 이런 게 반복된다면 정신 쪽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아버지 : “이렇게 태평스러운 애가 또 어디 있다고요”


아버지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도 그럴 만했다.
나는 언제나 무덤덤했고, 힘들다는 말을 해본 적도 없었다.
밖에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아이였다.

어쩌면, 그래서 더 눈치채지 못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 후로 공황은 1년에 한두 번쯤 찾아왔다.
나는 그것을 연례행사처럼 받아들였다.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다.

한 시간도 안돼서 금방 증상은 말끔하게 없어졌다.

호흡기 내과에 가서 폐활량 검사를 받았지만, 늘 정상이었다.
어떤 의사는 내가 꾀병을 부리는 거라며 무시했다.


공황은 자주 오진 않았다.
찾아올 때마다 힘들긴 했지만, 일상에 큰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대학생이 되고, 그 수업을 들었다.
그때 처음,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내가 겪은 그 모든 일들이 혹시 공황장애였던 건 아닐까.

나는 정신의학과에 갔다.
누구의 권유도 아니고, 내 발로.


처음 받는 정신과 진료



예약 끝에 잡은 첫 정신과 진료.

의사는 내가 너무 담담하게 이야기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설문지와 뇌파 검사를 권했다.


“생각보다 스트레스 수치가 꽤 높네요. 증상들과 검사결과로 봤을 때 공황장애로 보입니다.”


그 말이 내려졌을 때, 나는 당연한 진단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후련한 느낌이 들면서 무언가 해석된 기분이었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그 모든 것들이, 이름을 얻은 순간이었다.

“지금은 증상이 잦지 않으니까, 약은 처방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지켜봅시다.”

그리고 병원 문을 나섰다.

나는 다시 평소의 삶으로 돌아갔다.
겉보기엔 그랬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이미 뭔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건 불안이라는 이름의 실체였고,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지켜보던 그림자였다.
그것을 마주하기까지, 앞으로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나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작가의 이전글나의 동반자 공황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