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황장애 -2. 응급실 체험기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 이야기

by 김널스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은 건 대학 3학년 때, 조용히 나에게 다가왔다.

진단을 받기 전까지의 공황은 미세한 그림자처럼 느껴졌지만,

이름을 가진 순간부터 그것은 실체어 나를 덮쳤다.

그리고 나를 집요하게 따라붙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었다. 낮에도, 밤에도.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자취방.
누워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이었다.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익숙한 느낌이었다.
‘곧 숨이 막히겠구나.’ 그 느낌이 들었다.

느낌은 예언이 되었고 숨은 더 가빠졌왔다.

같이 살던 친구에게 말했다.
“119 좀… 불러줘.”
말하면서도, 내 목소리가 낯설었다.

간신히 입 밖으로 뱉은 말

나는 내가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나서야 알았다.


“숨이 안 쉬어져요.”

“누가요? 지금 말하시는 분이요?”

“네…”

“지금 말씀 잘하시잖아요. 숨 쉬고 계신 거예요. 일단 출동하겠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무심했다.

그 무심함이 내 불안을 더 깊게 만들었다.
내 말이 장난처럼 들렸을까.
물론, 나는 말하고 있었으니 숨을 쉬고 있었던 건 맞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숨이 안 쉬어진다’는 말은 응급의학에서 심정지나 의식소실을 떠올리게 할 테니까.
나는 살아 있었고 의식도 있었다.

단지, 죽을 것 같은 기분뿐이었다.


119가 도착했을 땐, 모든 게 끝나 있었다.
숨이 돌아왔고, 몸은 멀쩡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무서울 정도로 말짱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너무 멀쩡해서.

그 간극이 나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다는 명목 아래.


그래도 혹시 응급일 수 있는 상황을 배재할 수 없으니 구급차를 타고 가까운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응급실은 분주했다.

나는 그 안에서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대기했다.

대기, 검사, 수액. 심전도와 피검사

모두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나 자신보다 병이 먼저 내 반응을 예측해 버리는 느낌.


수액이 끝날 무렵,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정신과에 갔다.


“응급실에 다녀왔어요.”

“그때 무슨 상황이었죠?”

“그냥.. 누워 있었어요. 쉬고 있었고… 걷다가도 온 적 있어요.”

“그럼 그전엔 특별히 스트레스받으신 일은요?”

“글쎄요... 딱히 없었어요.”

“음, 공통점이 없네요. 약을 조절해 봅시다.”


약을 먹기 시작했다.
의사는 말했다.
“처음엔 오심이나 식욕 저하가 있을 수 있어요.”

실제로 입맛이 급격하게 사라졌다.
내가 사랑하던 음식들이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음식이 전혀 당기지 않았다.
씹고 삼키는 일조차 버거웠다.

‘다이어트엔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웃음이 나왔다.
웃을 일이 아니었는데.


약의 용량은 차츰 늘어났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꽤 높은 용량이었다.
그만큼 상태가 나빴다는 뜻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무렵, 진료실에서 말을 꺼냈다.


“선생님… 약을 먹고 나서 증상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그냥 약 안 먹고살았으면, 평범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 말은 의사에게가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에게 묻는 말이었다.

이 병과 약, 내 상태와 일상이 어디까지가 진짜였을까.

나는 무엇이 이상한 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날 병원을 나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게 시작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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