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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스 Sep 16. 2023

나의 공황장애 -3. 편견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 이야기

공황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에는 다양한 편견들이 있다.

간호학과 재학 중이었고 정신질환에 대해 전공을 배우고 있었음에도 나도 편견이 있었다. 다양한 편견들을 가지고 있던 것이 하나둘씩 사라지게 된 것은 정신병원에 근무하게 되며 다양한 정신질환자들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이다. 공부를 해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실제로 느끼며 배우는 것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를 진단받게 되고 하루에 한두 번씩 찾아오던 공황발작은 매번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미친다는 표현이 자극적이게 들릴 수 있지만 정말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가서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주변에서 이끌어 주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는 대학을 무사히 마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공황장애가 시작되고 나서는 집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느끼는 폐쇄공포증도 생겼었고 버스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 잡히는 광장 공포증도 생겼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집에 들어가면 갑자기 공간이 뒤틀려 보이며 나를 휘감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나는 몸을 웅크리고 절규했었다. 버스를 타면 버스 안의 사람들의 소리가 내 귀에는 매우 크게 들렸고 나를 긴장하게 하고 매우 불안하게 했다. 택시를 타면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이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 잡혔고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그 시간 동안 나는 숨이 계속 가빠졌고 불안감에 시달리며 눈물을 흘렸다.


공황장애라는 것이 몸서리치게 싫었다.

왜 생겼는지 이유도 알 수 없이 앞으로 이 증상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자 너무 절망적이었다. 원인이라는 것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증상들이 너무 무서웠다. 정말 도망치고 싶었는데 도망칠 수 없었고 공황발작에 시달리다가 죽으면 편안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극한의 공포에 시달리다 가지고 있던 수면제를 다 털어 넣은 적도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까 나는 이상한 데서 공황장애의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내가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게 돼서 약을 먹었기 때문에 약에 내성이 생겨서 증상이 더 안 좋아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이없는 발상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내가 힘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바보 같은 생각에 확실함을 얻고자 의사 선생님께 질문했다.


나 : “제가 약을 먹게 돼서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 애초에 약을 먹지 않았고 공황장애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제가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의사 : “아니에요. 아마 공황장애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면 이유 없이 아팠을 거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 대처가 잘 되지 않았을 거예요. 누구나 불안을 이기는 역치를 가지고 있어요. 표현을 잘 못해서 쌓였던 것들이 역치를 넘어서니까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은 약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며 설명해 주셨다. 설명을 들었어도 나는 완전히 믿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저 내가 공황장애라는 질병을 얻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공황장애라는 것을 걸릴 만큼 나약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오는 회피였다.


일부 사람들은 공황장애를 비롯한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약하다고 표현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데 정신이 나약해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간호학과 학생이었던 시절 정신간호학에서 다양한 편견들을 배우며 사실을 알려주었음에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저 지식의 일부일 뿐이었다.


편견에 사로 잡혀 있던 나는 내가 나약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데 꽤 오래 걸렸다. 나는 나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트리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무의식 중으로 내 몸의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방법으로 공황발작이 나타난 것이고 스트레스를 발산함으로써 인해 나는 현재까지 살아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공황장애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트리거에 대한 신체의 스트레스는 계속 쌓여 왔을 것이고 내 몸은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중 가장 무서운 편견은 나약해서 정신질환에 걸린다는 것이다. 질환에 걸린 누군가와 질환에 걸린 누군가의 주변인이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 편견은 질환에 걸린 누군가를 더 좀먹게 할 것이다. 나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정신과에 근무하는 간호사라는 의료진으로써 절대 나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다. 스트레스 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신체의 신호이며 이신호는 나약해서 오는 것이 아닌 그저 생리적인 반응이다. 누구나 이 신호가 찾아온다. 어떤 방식으로 찾아오는지에 따라 다른 것이며 나약해서 나타나는 신호가 아니다.


아마 지금 이유를 알 수 없이 공황장애랑 싸우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나도 꽤 오랜 시간 나의 트리거에 대한 힌트조차 가지지 못했고 트리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원인을 발견하고 어떻게 해소해 가느냐가 불안장애와 우울장애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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